2022년은 선거의 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미 대선 후보들은 경제정책, 부동산정책, 일자리 정책 등에 관한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정책은 외면받고 있는 것 같아 소비자 공익활동가로서 아쉽다. 소비자는 곧 국민이고, 소비생활은 평생 지속되는 것임에도 말이다.
얼마 전 소비자단체가 수년간의 숙원 과제인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 등의 도입을 대선주자들에게 요구했는데, 일부 후보는 소극적으로 응답했다고 하니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이 크다.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받았을까?
폭스바겐, BMW 등 외국산 자동차 사건, 대형 유통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어느 정도나 보상받았을까?
현행 소비자기본법의 ‘단체소송’은 ‘집단소송’과는 다르다. 단체소송은 ‘사업자가 표시·광고 등의 규정을 위반해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 법원에 소비자권익침해행위의 금지·중지를 구하는 소송’일 뿐이다.
반면 ‘집단소송’은 다수, 소액의 피해소비자가 발생할 경우 대표당사자가 전체 피해소비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도 배상을 받는 제도다. 경제인 단체의 ‘집단소송제는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발생시키고, 기업에 타격을 준다’는 논리는 다수의 힘없는 피해 소비자는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결론이다. 개인 소비자가 대기업을 상대로 불법행위와 피해사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배상을 원하는 소비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한다. 원천적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소비자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배상되는 것이다.
도지사,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소비자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광역시도는 소비생활센터와 전임공무원을 두고 소비자행정을 추진하고 예산도 늘려가고 있으나 시군의 경우에는 소비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정도이며, 그것도 일부 단체에만 국한돼 있다.
지방 소비자행정의 핵심은 규제행정이다. 소비자관련 법령에서 지자체에 위임한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만 강력하게 시행해도 사업자의 기만적인 상술은 사라질 것이고, 소비자의 피해도 신속하게 보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정책 규제행정을 위한 전임공무원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제조, 유통, 판매 업체를 강력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현재 순환근무제인 일반행정직으로는 효율적으로 소비자 관련 법령을 집행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주는 대통령, 지방선거에서는 악덕사업자가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도지사와 시장이 선출돼 진정한 소비자주권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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