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윤석열發 ‘재건축 바람’… 1기 신도시 벌써부터 ‘들썩’

안전진단 등 과감한 인센티브 대선 공약
성남 분당 ‘리모델링’ 지고 ‘재건축’이 대세
평촌신도시 구축 아파트들도 ‘기대감 UP’
일각에선 주택 수명 감소 ‘부채질’ 우려

17일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내 아파트에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수진기자
17일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내 아파트에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수진기자

“대선 이후 재건축 쪽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니까요.”

17일 분당신도시의 시범단지(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 지난해 말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긴 이 단지들에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이라는 현수막이 즐비해 있었다. 그러나 기본계획 미수립, 높은 안전진단 기준 등 여러 규제로 인해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분당 시범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안전진단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후보가 당선돼 일단은 마음이 놓인다고 털어놨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작년까지만 해도 리모델링 붐이 일었는데, 이제는 재건축이 대세인 분위기라며 시범단지의 재건축이 현실화되면 다른 단지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안양 평촌신도시 샘마을단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됐다. 아직까지 리모델링·재건축 현수막이 걸려 있거나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곳의 한 부동산에서는 “인근에는 리모델링 붐이 한창일 때도 마냥 재건축을 기다리던 아파트들도 있어 누가 포문을 열지만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평촌, 분당 등 리모델링 열풍이 불던 1기 신도시에서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제 20대 대선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날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 27만9천314가구 중 5만1천616가구(18.5%)가 준공 후 30년이 넘어섰다. 새 정부의 출범 이후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기 신도시 정비는 수도권 주택 공급의 주요 수단”이라며 “새 정부 출범과 재건축 연한 30년이 겹치면서 1기 신도시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공약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건축물의 탄생-리모델링-재건축은 건축물의 수명을 지탱하는 일련의 과정인데,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제서야 탄력받은 리모델링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주택 수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 1기 신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급됐던 만큼 재건축 활성화로 인한 폭발적인 1기 신도시의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정책적 성능을 확보한 이후에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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