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지방자치의 다양화 옹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와 도약을 이끌어내야겠지만 국민통합도 이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의 일상은 계속 선거전이다. 전국 곳곳 선거구에서 출마선언과 예비후보 등록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주민주권의 행사다. 주민주권은 국민주권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부활 시점만을 기준으로 해도 30여년이 지났으니 민주주의 성장을 위해 기여해온 경륜이 제법 쌓인 편이고, 돌아보면 성과가 자랑스럽지만, 내다보면 자치와 분권에 있어서 개선할 점들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는 전국 동시로 시행되고 있다. 선거관리상 그럴 필요가 있고 전국적 이벤트이기에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역을 거점으로 해야 하는 선거를 국가가 중심이 돼 한꺼번에 치르는 행사가 되게 만든다. 이것이 지역의 의제보다 국가 전체의 이슈로 선거가 치러지도록 하지는 않는지 또 지방자치를 획일화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 여건에 맞게 주민복리를 위한 자치를 하는 것이니 획일성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에 묘미가 있다. 지역별로 기일에 차이를 두고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필시 전국동시선거보다 더 지방자치의 본질에 어울릴 것이다. 광역단체와 소속 기초단체 간 주민 밀착도가 차이 나고 이해관심도 다르다는 점을 중시하면 광역과 기초의 선거를 서로 다른 날에 치르는 것도 할만한 일이다. 또 전국 17개 시·도별 선거가 원칙상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열어놔야 한다. 몇 개의 시·도가 권역별로 동시 선거를 치르는 것은 현실적일 수 있고 광역행정이나 초광역권 전략을 위해 권장할 일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지방자치를 다양화하는 제도를 보태면 더 좋겠다. 시·도별로 단체장과 의원의 임기나 연임 제한 등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을 중심에 놓고 의회를 두는, 사실상 균형적이지 않은 기관 대립형 모델의 획일성을 수선할 필요도 있다. 어느 시·도는 현행처럼 운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은 의회를 구성한 후 의회에서 단체장을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 현행을 전제로 의회활동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의원임기를 단체장보다 길게 하거나 선거주기별로 의원 정수의 일부만을 교체하는 방식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우리의 지방자치도 주어진 제도 하에서 정해진 수준으로 하는 자치를 넘어 주민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자치제도를 스스로 만들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지방자치와 공직선거를 규율하는 상위법은 원칙과 대강(大綱)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안은 시·도 조례로 위임하는 방식으로 더 다양하고 풍부한 지방자치를 펼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민할 때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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