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4·15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추모제] 103년 전, 29人의 숭고한 희생 어루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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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주년 ‘화성 4•15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희생자 추모제’가 열린 지난 15일 화성시 제암리 3•1운동 유적지에서 서철모 화성시장, 박용주 경기남부보훈지청장, 이창현 화성시 의회 부의장, 안소헌 광복회 화성시지회장, 유가족 등이 동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29인의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며 후대들의 안녕을 지켜나가겠습니다”

화성시는 지난 15일 오전 10시 제암리 3·1운동순국유적지에서 화성 4·15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희생자 29인의 넋을 기리는 제103주년 추모제를 개최했다.

‘제암·고주리 29인의 동행’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서철모 화성시장을 비롯해 박용주 경기남부보훈지처장, 안소헌 광복회 화성시지회장, 이창현 화성시의회 부의장, 시·도의원,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송옥주(화성갑)·이원욱(화성을)·권칠승(화성병) 국회의원은 영상편지 등으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추모제는 합동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촛불 점등 퍼포먼스 영상 및 주제영상 시청 ▲박은숙 시인 추모시 낭독 ▲유가족 인사말씀 ▲화성시 청년예술단 M.I.H 추모공연 ▲29인 동행 퍼포먼스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참석자들은 103년 전 누구보다 외로웠지만, 가장 뜨거웠던 희생자들의 숭엄한 독립정신을 체감하고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 화성온TV로 실시간 생중계 됐다.

특히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제암·고주리 학살사건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유튜버 쏨작가의 지식사전에 ‘제암·고주리 독립운동 역사알리기’와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 젭에 ‘리멤버! 화성 4·15’ 등을 편성하는 등 문화체험행사도 진행됐다.

서 시장은 추모사를 통해 “제암·고주리 학살사건이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는 여전히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3·1운동 항쟁지이자 4·15 학살사건이 벌어진 제암리가 화성시를 넘어 세계평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독립운동가 홍원표 선생의 후손 공석분 여사(76)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애국정신을 이을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이번 추모제처럼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의 행복을 구상하는 시간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지난 1919년 4월15일, 3·1만세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에 의해 잔인하게 학살당한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희생자 29인의 선열을 기리고 애국정신을 계승키 위해 매년 추모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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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하는 유가족들, 추모시를 낭독하는 박은숙 시인. 윤원규기자

■ 제암리 29인의 동행 강연

시는 제103주년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희생자 추모제 부대행사로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의 특별강연회를 개최했다.

강연회는 추모제 다음날인 16일 오전 11시 다원이음터 대강당에서 지역 청소년과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료강연으로 진행됐다.

심 소장은 이날 “제암리 사건은 굉장히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고통과 분노만 기억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역설적이게도 우리 순국선열들의 피가 일본 제국주의의 위선과 야만성 등을 폭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역사는 사실과 해석의 결합이다.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사실은 존중하되 좀 더 미래·건설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날 심 소장의 강연을 메타버스 기반 홈페이지와 유튜브 ‘화성on TV’를 통해 생중계로 송출, 3·1운동과 4·15 제암·고주리 학살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했다.

강연 영상은 각 플랫폼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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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철모 시장 미니 인터뷰

“동행해야 순국선열의 희생과 용기를 계승할 수 있습니다. 그 희생과 용기가 국가의 힘입니다. 화성시는 끝까지 동행하겠습니다”

서 시장은 추모제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이유는.

▲화성시는 3·1운동 당시 가장 공세적으로 3·1운동을 펼친 곳이다. 특히 화성시는 다른 곳과 다른 형태의 3·1운동을 펼쳤다. 우리는 이것이 미래로 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전국에서 가장 크게 3·1운동 행사와 4·15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의미가 좀 더 많은 청년들에게 전달돼 화성의 미래지향적인 가치로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4·15 희생자들 및 순국선열들과 동행하기 위한 목표나 다짐이 있다면.

▲벌써 103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살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을 힘이 점점 더 약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의 개념을 떠나 화성시가 순국선열과 함께 동행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에만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 전체가 동행해줘야만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용기가 계승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게 바로 국가의 힘이다.

시는 그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전파하기 위해 화성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 앞에 3·1운동 역사박물관을 짓고 있다. 화성시는 앞으로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그들과 동행할 것이다.

화성=박수철·김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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