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래서 잘못할 수 있다. 고의냐 실수냐 따질 필요 없이 잘못했으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인간이라면? 그 반성은 곧 자신이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용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용서는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큰 수행이라고, 용서는 고통을 치유하는 길이고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궁극적인 존재 가치를 행복에 둔다. 인간이 갈구하는 최대 목표인 행복을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용서의 전제는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이다.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뉘우치지 않는 자는 용서 받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잘못을 판단하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 아닌 객관적이다. 때문에 다수가 자타가 잘못됐다고 하면 변명해서는 안 된다. 자타가 잘못됐다고 하는데도 객관적이지 못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그런 행위야 말로 철판을 깔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직해야 할 사회지도층 사람들이 국민 앞에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손사래를 친다. 그래야 되겠는가? 그들은 분명 이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이 국정을 특정인, 특정 정당에 위임한 것은 사욕을 취하고 정적을 만들고 정적에게 복수나 하라고 쥐어 준 흉기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민은 사회가 혼란한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흉기로 휘둘렀다. 그동안 권력을 쥐고 국정농단과 같은 각종 혐의를 받고 있는 자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양심에 비춰 조금이라도 가책된 부분이 있으면 철판을 벗고 용서를 구하라. 그리고 이젠 달라져야 한다. 새 정부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럴 것으로 믿는다. 국민은 기대한다.
그걸 망각하고 손에 쥔 칼을 무기 삼아 나쁜 짓 하면 안 된다. 나쁜 짓 하면 칼이 머지않은 날 자신의 가슴에 꽂힌다는 것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반복됐다. 지난 날 우리 과거사가 그래왔음을 국민들은 너무나도 잘 안다. 이제 갈등과 미움을 용서와 화합, 그리고 협력으로 바꾸자. 채찍만이 방법이 아니다. 때론 당근도 필요하다. 채찍보다 당근의 효과가 더 큰 것 또한 얼마든지 보아왔다.
지난날 잘못에 대해 거짓말만으론 안 된다.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국민은 용서하고 화합하기를 바란다. 잘못된 일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일 용서 없이 꾸짖고 탓하고 가두고 채찍만하면 그게 다시 돌아온다.
달라이 라마가 했던 말 “여러분의 이웃을 적으로 여겨 미워하고 파괴한다면 그것은 결국 여러분 자신에 대한 미움과 파괴로 돌아옵니다.” 그 말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인들, 지성인들, 가진 자들, 얼굴에 깐 철판부터 걷어 내고 떳떳함을 보여 보시지, 그리고 용서를 빌고 용서하고 보다 행복한 사회를 구현해 봄이 어떨까? 그런 세상을 꿈꿔 본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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