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남FC 의혹’ 관련 시청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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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된 추가수사를 위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중인 수사관들이 정책기획과를 수색하고 있다. 분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성남시청 정책기획과, 도시계획과 등 5개 부서를 대상으로 수사관 22명을 보내 압수수색를 벌이고 있다. 윤원규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2일 성남시청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동일한 사건에 대해 한 차례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경찰이 이번에 다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수사 결과가 뒤바뀔지에 관심이 쏠린다.

분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수사관 22명을 동원, 성남시청 정책기획과, 도시계획과, 건축과, 체육진흥과, 정보통신과 등 5개 부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중이다.

압수수색 대상에 이 전 후보의 자택 등 사건 관계인의 집과 성남시장실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성남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해 기존 수사에서 임의제출 받은 자료 등을 통해 의혹을 면밀히 살핀 결과 압수수색까지 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했으나, 올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날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 내용 중에는 경찰 수사팀이 기존에 임의수사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이미 파악한 부분도 있으나, 조금 더 보강할 부분도 있다"며 "이에 따라 조금 더 구체적인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수사 결과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지만, 과거 불송치 결정을 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불송치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혐의가 있다면 다시 결과를 돌리고 (잘못이 있다면) 시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4일 경찰이 이 전 후보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놓고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전 후보 관련 각종 의혹 사건이 잇따라 강제수사로 전환하고 있다.

수사기관 안팎에선 검찰의 수사 무마 의혹 등 숱한 논란을 낳았던 이번 사건이 경찰의 보완 수사로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전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 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시 바른미래당 측은 이를 두고 이 전 후보가 기업들에 각종 인허가 편의를 봐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안이라며 이 전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바른미래당 측이 이 전 후보에 대해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을 함께 제기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고소한 만큼, 공소시효가 임박한 선거법 사건을 먼저 수사한 후 성남 FC 후원금 의혹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다소 늦어졌다.

경찰은 이 전 후보를 상대로 서면조사 등을 거쳐 지난해 9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 3년 3개월여 만이었다.

그러나 고발인 측은 즉각 이의 신청을 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사건을 건네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여러 차례 반려하는 등 묵살했고, 이로 인해 수사를 맡은 박하영 차장 검사가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논란 끝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2월 경기 분당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고, 사건을 재검토해 온 경찰이 이날 강제수사를 단행한 것이다.

성남=문민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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