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융시장은 가상화폐가 폭락하며, 가상화폐 보유자들의 시름이 깊었던 한 주였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하락한 데 이어 가상화폐까지 폭락하며 공포심리가 팽배하다.
이러한 자산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코로나19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던 각국 중앙은행의 변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기조가 강해짐에 따라, 금융시장의 발작은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물가는 에너지 가격과 공산품 중심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3%를 기록하며, 3월 8.5% 보다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임대료를 비롯한 서비스물가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완화로 경제 재개방이 진행되면서 미국 서비스업이 확장세를 보일 전망인데, 이는 앞으로 서비스업 부문의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그동안은 미국 물가 상승의 상징으로 중고차(재화)가 꼽혔는데, 이제는 항공운임(서비스)이 등장하고 있다. 중고차 가격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4월 소비자 항공운임료 상승률은 전년 대비 33.3%로 확대됐다.
한 가지를 막으면 다른 한 가지가 등장하는, 마치 오락실의 두더지 게임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 당사 경제분석가(이코노미스트)는 연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5%로 예상하고 있다. 비록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겠지만, 과거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부 활동이 많아지며 여행, 숙박, 놀이공원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은 리오프닝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올해 10월 공산당 대회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부과했던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 미국 물가와 전세계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수요를 줄이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을 지속하거나 강화할 전망이다.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결국 경기는 둔화 내지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955년 이후 지금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5%를 넘고 실업률이 4% 아래면 2년 뒤에 침체가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지난 1년 동안 임금 상승률은 6%가 넘고, 실업률은 3.6%에 불과하다. 경제 지표 상으로는 호황의 끝에 와 있는 셈이다.
금융시장의 진짜 바닥은 미국 경기침체를 겪은 후에야 만들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금융시장이 봄을 잊은 것 같다. 아직도 겨울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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