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없이 팔 수 있는 매출효자...가격 올리자니 손님 거부감 걱정 동결하자니 수익성 악화 불가피...소비자단체, 과도한 인상 경고장
‘동네 약국’ 효자 품목인 가정용 일반의약품의 공급가가 오르면서 약국계가 시름에 빠졌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현상임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의 거부감을 생각하면 약국 입장에서 판매가를 높여야 할지,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수원 화서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약사(56)는 8일 오전 진열대를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 손님들의 손이 자주 닿는 곳은 비타민이나 파스와 같은 일반의약품 코너. 이날 A 약사는 그 ‘반가운 코너’를 정리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 제약업체가 가정용 일반의약품의 공급가 인상을 예고한 탓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제약업체가 공급가격을 올리면 중간도매상은 물론 소매상인 약국까지 따라서 가격을 올린다. 그런데 그 대상이 가정용 일반의약품이 타격이 더 크다”면서 “병원 앞 약국이나 대학가 근처 약국이 아닌 동네 소규모 약국들은 처방전 없이 팔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먹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손님들이 비싸다고 구매를 포기해버리면 운영이 힘들다. 대부분 손님들이 찾던 제품만 찾지 않는 편이라 약국 입장에선 판매가를 높여야할지 말지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올 하반기께 공급가가 높아질 예정인 일반의약품은 일동제약 비타민(아로나민씨플러스·10%)과 GC녹십자 파스(제놀쿨·10%) 등이다. 앞서 지난달엔 일양약품 자양강장제(원비디)의 공급가가 올랐고, 광동제약 종합감기약(쌍화탕)도 현재 공급가 인상이 검토되는 중이다.
지역 약사계는 보건복지부가 가격을 조정하는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시장 상황상 가격이 달라져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경기도약사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원인으로 제약사들이 공급가를 올리는데, 의약품 제조 시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사실상 약사계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약국별 고민이 많겠지만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일반의약품 공급가 인상에 소비자 부담도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인 한국부인회의 김경숙 경기도지부장은 “모든 제품의 공급가가 오르면 구매가도 오르기 쉽다. 더욱이 가정용 일반의약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주변에서 쉽게 구하고 자주 이용하는 제품인데 10%가량 오르면 타격이 크다”며 “물가 변동을 반영한 적정 금액이 오를 순 있으나 그보다 과한 인상은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연우·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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