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설치를 공론화하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 이슈에만 매몰되어 오던 前 장관들과 비교하여 파격적인 행보로 생각된다. 이민이라는 용어 사용조차도 그저 국민 눈치만 살피던 前 정권의 소극적 행보를 벗어난 윤석열 정부에서 이민청 설치가 과연 가능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한 장관의 이번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바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민청 설치 논의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놓치고 있어 한동훈 장관에게 조언하고자 한다.
첫째, 사람(공무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동훈 장관은 이민청을 법무부 외청으로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는 법무부와 법무부 문화를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한 장관의 말대로 정책추진은 힘을 받겠지만, 과연 법무부의 관료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유연성이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가. 법무부에 이민청을 두면서 관료적 경직성을 탈피하는 묘수의 발굴이 필요한 때이다. 이민청에서 할 일은 크게 국경관리, 거주와 사회통합, 인구경제 대책, 글로벌적 리더십이고, 이를 위해 사람(공무원)의 정책능력 제고가 필요하다. ⅰ) 국경관리와 거주는 동전의 양면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특정 국가 출신의 이민자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이지만,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민자가 고루 포진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민청이 설치되면 대다수 국민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외국인 유입과 거주를 기대할 것이다. 또한, 전염병 등으로 인한 출입국관리의 전문성과 통제는 법무부장관이 감당해야 할 임무이었으나, 검찰 이슈에 파묻혀 그동안 미약했으므로 한동훈 장관이 직접 챙겨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남북한 자유 왕래에 대비하고 대륙철도를 통한 국경관리를 개발할 때이다. ⅱ) 사회통합은 이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배려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높은 수준의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와 사회단체를 포함한 우수한 자원을 활용하는 연합팀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역에서 이주민을 경제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실용 정책을 추진하려면 지방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의 간부와 직원은 물론 지방정부의 공무원(지자체 공무원, 교사, 경찰, 군인 등)이 이민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소통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전쟁․분쟁과 기후 환경의 변화로 인한 난민의 발생과 유입에 대비해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대처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ⅲ) 외국인과 이민이 인구경제 대책을 위한 정책의 하나로 채택 추진되기 위해서 법무부에 과연 정책능력과 전문가 그룹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의 성장, 통계와 데이터, 고용과 실업 문제, 정주와 가족동반이 가능한 새로운 외국인력 제도의 발굴, 차년도의 외국인 유입 규모와 비자 발급 규모를 분석하기 위한 내부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 외에도 법무부에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한다. ⅳ) 전 세계의 주요 국가는 이민과 난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금껏 나는 한국의 법무부장관이 UN 또는 국제사회의 논의장에 참석하거나 주도적인 발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선진적 이민정책의 체계는 국제사회의 트랜드에 보조를 맞추고 글로벌 리더쉽을 갖췄을 때 더욱 빛이 날 것이다. 국가 안에 갇힌 시각을 넘어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리드하고 있는지를 배울 때이다. 이민청 조직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공무원의 생각과 능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돈(예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이민정책 관련 2020년 재정보고서에 의하면 이민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예산 중 0.3%인 1조3,535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이것은 여러 부처의 사업표를 분석한 것이므로 정책을 실제 시행하면서 더 증가할 것이지만, 이만큼의 예산을 누구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민청의 성공 여부는 운영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관리하고, 활용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일이 첫 번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민은 “내가 낸 돈으로 외국인만이 혜택을 받는다”라는 반감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정부의 이민정책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자 유형 중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민자를 위한 예산 비중이 가장 높고 난민 등 다른 유형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민정책에 관련된 예산을 편성한 부처는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주로 5개 부처이고, 여러 부처의 기능과 정책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재정 건전성도 확보되는 이중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수요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매년 이민자가 부담하는 외국인등록수수료, 귀화신청수수료, 과태료, 범칙금 등 약 2천억원을 운영자금으로 확보하고, 90일 이상 장기간 거주하는 이민자가 통합기여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함으로써 운영자금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그 밖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체, 민간의 기부금, 대학교의 장학금 등을 모두 합친 ‘이민자 및 난민의 개발과 통합을 위한 기금’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줄여 줄 것이 필요하다. 지난 16년 이상 동안 논의가 활발했던 기금 설치가 실현되지 못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예산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밥그릇 싸움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민청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는 한동훈 장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벅찰 것으로 여겨진다. 한 장관은 이민청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에 대한 국민 반감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상히 보고하고, 대통령이 돈(예산)을 직접 챙겨야만 비로소 국민은 이민청 설치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돈(예산)도 애기하고, 이민청 조직 내용도 소상히 밝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셋째, 관계(지역)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민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지역에서 조직과 조직,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성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우선, 전국에 46개의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가 있지만, 6개 광역시도와 256개 시군구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업무 협력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중앙부처이고, 시군구의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부처라는 본질적 차이를 고려하면서도, 지자체는 지역 업체들의 이익을 생각하여 외국인근로자의 체류자격 유무를 불문하고 지원해야 하고,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는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을 단속해야 하는 입장으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효과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는 관할 지역에서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 문제 외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와 지자체 간의 협업으로 지역관광비자 발급, 지역 대학교에 석/박사 유학생 유치 지원, 난민과 외국인근로자의 거주 서비스 등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지자체와 함께 매년 시행계획을 세워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민청이 실제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의 역할 강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민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기관/단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민간 전문기관/단체는 지역에서 이민정책을 실행하는 전달체계이며 사회통합정책 추진의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설치된 46개의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가 전국 시군구에 있는 외국인복지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동포체류지원센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조기적응프로그램 운영기관,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 등 1,000개에 달하는 각종 지원기관을 조율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지역에서 혼란스러운 지원체계는 부성화의 원리(departmentalization principle)에 따라 하나로 통합시켜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민간 전문기관/단체의 전문성이 활용되지 못하면 지역 사회통합은 실패할 것은 뻔한 일이다.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와 민간 전문기관/단체의 관계가 파트너십이 아니라, 감시자와 일꾼 관계처럼 경직되지 않도록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동훈 장관의 이민청 설치 대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민정책을 체계 있게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갖추었다고 해서 이민청이 자동적으로 제구실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공무원), 돈(운영예산), 관계(지역 활용)가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 장관의 남다른 의지와 실행이 기대된다.
신상록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 민간위원·상명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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