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의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시화방조제 완공으로 탄생한 인공호수...생활하수·공장 폐수 등 유입 수질 악화
갑문 열고 ‘해수화’… 생태계 되살아나, 거북섬 일대 ‘해양레저 클러스터’ 조성
천연기념물 서식… 환경교육의 장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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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현재 시화호의 모습

시흥시, 시화호 ‘생명의 호수’ 탈바꿈

시화호는 지난 1987년 시화방조제가 착공되고 1994년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여 있다. 계획 당시 행정구역인 옛 시흥군과 화성군에서 각 앞글자 따 시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시화호는 한때 오염이 매우 심각해 죽음의 호수라고 불린만큼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정부 등 관계부처가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화를 결정함과 동시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해 해수 유통량을 5~10배 증가시켜 수질 개선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현재 시화호는 수질의 99%를 회복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시흥시가 시화호를 주요 거점으로 해양레저와 관광, 생태, 문화 등 시흥시만의 비전을 담아 새로운 생명의 호수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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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주변 염생식물 군락지

■ ‘죽음의 호수’가 살아났다

시흥시 오이도에서 안산시 대부도까지 이어지는 12.7㎞의 시화방조제를 달리다 보면 양쪽으로 바다와 호수가 동시에 펼쳐진다. 웅장한 서해와 달리 파도가 잔잔한 시화호에는 여러 척의 요트가 떠 있기도 하고 수변을 따라 트래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때 시화호가 회복 불능의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경기도 시흥시와 화성시, 안산시 3개 도시에 걸쳐있는 시화호는 바다를 막아 만든 거대 인공 호수다. 1994년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담수호로 조성됐으나 이후 무단 방류된 생활 하수와 공장 폐수 등으로 심각한 오염을 겪었다. 썩은 물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어류와 조개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죽음의 호수’, ‘환경오염의 대명사’ 등 온갖 오명으로 불렸다.

당시 정부는 바닷물을 막은 지 3년여만에 갑문을 열고 시화호의 해수화를 선언했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오염된 물을 희석한 것이다. 또 조력발전소와 하수처리장, 인공습지 등을 조성하며 시화호 수질 개선에 온 힘을 쏟았다. 여기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환경정비, 생태계 모니터링 등 시화호를 살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더해져 현재 시화호는 수질의 99%를 회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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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전국해양스포츠 제전

■ 해양레저·관광의 메카로 도약

최근 시화호를 포함한 주요 거점을 연계해 ‘K-골든코스트’를 구축 중인 시흥시가 시화호 재조명에 나서고 있다. 시화호가 지닌 상징성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시화호의 가치를 높이고 바다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오염으로 뒤덮였던 바다에 레저와 관광, 생태와 문화 등 시흥시만의 비전을 담아 새로운 생명의 호수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흥시는 시화호 거북섬 일대에 해양레저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규모 인공서핑장 ‘시흥웨이브파크’가 문을 열었고 올해는 국내 최대 깊이의 실내 다이빙풀과 복합 쇼핑몰이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2천 실 규모의 호텔과 상업시설을 비롯해 해양생태계를 보존할 해양생태과학관, 관상어 산업을 선도할 아쿠아펫랜드도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2025년까지 전체적인 거북섬 개발이 완료되면 시화호는 새로운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로 도약하며 관광 활성화와 기업 투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화호의 복원된 생태계는 살아있는 환경교육의 장이다. 현재 시화호에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리부엉이, 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해마다 희귀 조류를 포함한 각종 철새가 찾아온다. 시흥시는 오염을 극복하고 생태계의 보고가 된 기적의 시화호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시화호의 생태적 가치와 자연의 소중함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 시대에 시화호는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시화호를 공유하고 있는 3개 도시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 현재 시흥시와 안산시, 화성시는 시화호를 서해안 대표 해양생태관광 거점으로 발전시키자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해양스포츠 축제 개최, 송전철탑 개선 협약 체결 등 시화호 가치 증진과 보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시흥시는 안산시, 화성시와 연대 협력을 통해 거북섬을 시작으로 시화호 전체 수변을 두르는 둘레길 조성을 추진하며 시화호 일대의 지속가능한 상생 발전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시화호는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지켜나가야 할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라며 “시화호의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평가된 시화호의 가치를 발굴·발전시킴으로써 시화호가 서해안권 도시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양생태문화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시흥=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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