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부동산중개사무소 ‘거래절벽’ 폐업 속출

대출 규제·금리 인상 ‘직격탄’, 손님 발길 ‘뚝’... 파리만 날려
도내 업소들 버티기 한계 한숨

#1. 수원특례시 영통구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 대표(48)는 지난해 말부터 파리만 구경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다양한 채널에 “우리 부동산을 찾아달라”는 광고를 올렸지만 집을 내놓는 사람도, 보러오는 사람도 없어서다. 가까운 광교신도시와는 상반된 분위기에 A 대표는 “작년 상반기(1~6월)엔 월 평균 10~15개 정도의 계약을 맺었는데 올해는 10분의 1로 줄어 3건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연말까지도 이 상태로 수입이 없다면 월세 등 고정비가 부담스러워서라도 폐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최북단지역인 연천군의 부동산중개사무소 B 대표(56)는 최근 들어 주택·아파트 등 건물 거래를 아예 끊기로 했다. 비록 수요가 적더라도 거래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건물 계약을 진행해보려 했지만 더 이상 지역 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B 대표는 “조금이라도 건물 거래 건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예 없다”며 “앞으로 토지 거래에 집중할 예정인데, 지금 땅값도 크게 올라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거리면서 중개사무소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개업 1만249건, 폐업 1천14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월별 기준 ‘개업 수’는 가장 적었고, ‘폐업 수’는 가장 많았던 기록이다. 특히 폐업의 경우 한 달 전(5월·727건)보다 57.9% 증가하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1천건을 넘어섰다.

그나마 교통망 확대·신도시 조성 등 영향으로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경기도 여건도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경기남·북부 공인중개사무소 개폐업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새롭게 생긴 곳은 396곳, 문을 닫은 곳은 341곳이다. 단순 수치만 봤을 때 55곳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작년 같은 기간엔 455곳이 오픈했고 301곳이 사라져 총 154곳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만 비교해도 폐업 흐름세가 빠르다고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부동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경기침체 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주택에서 아파트로 넘어가는 사다리가 무너져 거래가 없는 것”이라며 “올 12월까지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폐업률이 극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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