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순수미술의 영역은 어떻게 구분되어 있나?’ 미술관의 아트디렉터로서 가끔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질문은 ‘어떤 것이 예술이고, 어떤 것이 비예술인가?’라는 질문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역대 예술사조를 거치면서 지속해서 논의된 문제이기도 한 어려운 명제다.
보편적으로 미술관에서 분류하는 순수미술의 예로는 회화, 조소, 설치미술, 영상미술, 공예, 디자인, 사진, 개념미술 등이 있다. 이러한 분류는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영역 분류다.
다만 현재의 순수미술은 시각예술이라 불리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분류에 더해 새로운 분야를 흡수하고 변화되면서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가치의 변화가 급속으로 이뤄지고 다원화됐기 때문인데,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진화는 ‘미술(시각예술)의 가치는 무엇인가’에서 착안한 대중 지향적 요소가 다분하다. 원론적으로 기존의 ‘작품 감상을 통한 정서적 감동과 철학적 사색 유발’이라는 점은 뿌리가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 발전과 매체의 다양성으로 동반된 새로운 시각예술의 대표적인 예로는 가상공간을 이용한 VR Art나 Digital Art, 개념적 진화의 대표적 예로는 공공미술(생활예술)의 확대가 있다.
일부 계층만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전통적 미술과는 현저한 목적 차이를 가진 현재의 시각예술은 더욱 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예술적 감동과 사색을 전하려는 움직임이다. 미술관에 제한되지 않고 밖에서도 쉽게 예술적 사색을 할 수 있는 여러 매개체를 제공해주는 일인 것이다. 시각예술의 주제 또한 재미있고 가벼워지면서 친근하게 사회와 교류한다.
낙후된 마을이나 도서지방, 폐건물 등에 벽화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찾아가는 미술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적극적인 미술인들의 사회 참여는 문화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시각예술은 인간(사회)과 같이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래서 예술의 개념을 논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전문적으로 깊이 다뤄져야 할 명제이므로 위 질문에는 궁색하지만 생뚱맞은 답변으로 짧게 정리해 말해 본다.
“어떤 감동과 철학적 사색을 유발시켜 우리에게 유용함을 주는가!”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각적 창작 행위라면 어떤 매개체를 통해 전달되더라도 이 시대의 시각예술이라 일컬어도 좋지 않을까?
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