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능하면 영입, 무능하면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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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동조합 위원장

인사가 만사라 한다. 행정이든 정책이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사는 모든 일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그래서 지금 기관장이 공석인 산하 공공기관들은 과연 새로운 경기도지사가 누구를 낙점할지 기대가 크다.

지난 민선 7기는 특정 지자체 출신의 낙하산들이 쏟아지더니, 대선 출마 선언 이후에는 기관장들이 중도 하차해 어려움이 컸다.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업무 과중은 결국 도민 서비스 질 악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민선 7기에 들어온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의 고위직들은 아직도 각 기관에 많이 남아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이들 중 유능하면 영입해서 들어온 것이고, 무능하면 낙하산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과 열정을 가지고 기관 발전에 헌신하는 분들도 있지만 몇몇 전문성과 경험 없이 내려온 인물들은 낙하산이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임용권자와의 친밀한 관계 때문인지, 자격지심 때문인지, 부하직원들을 권위적인 태도로 대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민선 7기는 특정 지자체 출신 공무원들이 정년을 마친 후 도 공공기관으로 영전됐다. 공공기관마다 정년이 있음에도 임기제 고위직 자리인 경우 임기제라는 이유로 정년을 무시하고 자리를 내줬다. 이것이 열린채용의 진짜 의도인지는 모르겠다.

선거에 도움을 주고, 본인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엽관주의·정실주의와 같이 검증된 자와 함께 일하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원칙에서 그것이 우선한다면 한 번만 숨을 고르시고 생각해주시길 간청드린다.

경험도, 경력도, 인품도 부족한 이들은 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임기 내 치적을 세우기 위해 위법한 행정도 강요하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였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물을 선정하기 어렵다면, 경력과 전문성으로 내부직원을 아우를 수 있는 내부 승진도 좋은 방안이다.

김동연 도지사의 첫 인사인 비서실장 내부 공모는 파격적이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 함께 할 공무원이라는 인식과 해당 직무에 가장 적합한 자를 기용하려는 공정성을 보였다. 이것이 비단 보여주기식이 아니길 바란다.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은 유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기관장의 자질로서 인성은 기본이고, 해당 기관의 특성에 맞는 전문성과 경험을 겸비한 리더가 중용돼야 한다.

“누구나 다 선거 후에는 ‘친분’으로 자리 만들어주지 않느냐”는 그 뻔한 말이 얼마나 실망을 주는지, 만약 그 말에 뜨거운 손가락질을 한 번이라도 하셨다면, 산하 공공기관도 공무원들과 같이 파트너로서 존중해주신다면, 단순히 선거에 공이 있다고 해서 자리 나눠주기식 인사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새로운 바람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주길 기대한다.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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