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살짝만 헛디뎌도 ‘풍덩’… 수변 산책로 안전 ‘휘청’

수원 일월저수지·광교호수·시흥 물왕호수 등 잇단 익사 사고에도 여전히 안전펜스 ‘미흡’
곳곳 위험 도사렸는데 지자체, 설치 ‘느긋’...전문가 “2중 3중으로 안전장치 구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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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장안구 일월저수지에 울타리가 설치되지 않아 익사 등 안전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 오전 해당 저수지에서 한 시민 이 산책을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안쪽으로 걷지 않으면 물에 빠질까 봐 무서워요”

경기 지역 수변 산책로의 안전 펜스 설치가 미흡해 익사 등 안전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일월저수지. 저수지 전체 둘레 약 2㎞ 중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을 제외한 나머지 1.5㎞ 거리의 산책로에선 울타리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더욱이 수변에는 무성히 자란 수풀 때문에 ‘땅’과 ‘물’의 경계가 명확지 않아 발을 헛디디면 저수지에 빠질 가능성도 다분했다. 이날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초등생 2명은 행인들을 마주하자 물가 쪽으로 방향을 급하게 틀었고, 이 때문에 물에 빠질 뻔한 아찔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오후 시흥시 물왕동에 위치한 물왕호수. 호수 한 켠에 자리잡은 카페와 식당이 밀집한 구역을 벗어나니 나머지 산책로엔 모두 안전펜스가 조성돼 있지 않았다. 산책로와 호수 가장자리는 불과 2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 때문에 행인들은 모두 물가에서 멀찍이 떨어져 산책을 하는 상태였다. 박정환씨(58)는 “울타리가 없으니 더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야간엔 일부러 물가 쪽으로 걷지 않는다”며 “지자체에선 안전펜스 하나 설치하지 않고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지난 달 15일 광교호수공원 내 펜스 미설치 구역에서 초등학생 A군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경기 지역 곳곳의 수변 산책로의 안전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일월저수지에선 술에 취한 행인 한 명이 산책로를 걷던 중 발을 헛디뎌 저수지에 빠졌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또 물왕호수에선 지난 2년간 시민 1명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는 당장 안전펜스를 설치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장안구는 일월저수지 토지 일부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이기 때문에 우선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시흥시는 물왕호수 안전 관리를 위해 올해 우선적으로 CCTV를 증설할 방침이어서 해당 지역 안전펜스 설치는 이르면 내년이나 돼야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저수지나 호수 주변 안전펜스는 이론의 여지 없이 당연히 갖춰져야 하는 안전 시설”이라며 “안전펜스뿐 아니라 인명구조함, 위험표지판 등을 설치해 2~3중으로 안전 장치를 구비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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