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행궁동 촬영지 일대 상권 활력 김밥집으로 알려진 음식점엔 대기만 수십명... 문전성시 이뤄 “반짝 인기 아닌 활성화 찾아야”
“인증샷도 찍고 주변 관광지도 둘러보러 왔어요”
3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일식집. ‘우영우 김밥’이라는 간판이 걸린 이 음식점 앞은 개점 시간(11시30분) 이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양산으로 햇빛을 피하고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쫓으며 줄이 줄어들길 기다렸지만, 최고기온 32도의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대기줄은 계속 길어졌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변을 몇 바퀴씩 배회하는 차량들도 보였고, 대기줄을 보고 인증샷만 찍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게 앞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까지도 50명이 넘는 대기 인원이 있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
안산에서 와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던 김모씨(27)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를 좋아해 촬영지에 꼭 와보고 싶었다. 인증샷도 찍고 주변에 수원화성도 있다고 해 식사 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곳은 행궁동 메인거리보다 소외된 지역이었는데 ‘인기 명소’가 생겨 거리 전체에 활력이 돌고 있다”면서 이 인기가 계속돼 상권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영우 김밥 대표 A씨는(31) “드라마 촬영 이전에는 이 동네에 사람이 없었는데, 드라마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많이 늘어서 기쁘다”면서 “무엇보다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모습이 보여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인기가 날로 치솟으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촬영지 일대 상권에 활력이 돌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인기 촬영지들은 지역 홍보 효과도 톡톡히 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해 지역 관광상품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촬영지들은 지역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민간 시설들(촬영지)과 지자체가 협업해 방안을 구상하면 지속 가능성을 더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영상관광 활성화 방안 보고서’(2017년 2월)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영화나 TV 프로그램 촬영지를 방문하기 원하며 10명 중 6명은 실제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관광지 방문 이유는 ‘영화·드라마 방영 후 유명세(41.4%)’, ‘영화·드라마로 인한 좋은 이미지(34.7%)’, ‘주변의 추전(8.3%)’ 순으로 많았다.
“옛 명성 잃은 촬영지 지속 관리… 관광명소 활용을”
한때 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던 지역 명소들이 방치된 채 잊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OTT 플랫폼 등을 통해 옛 드라마 및 영화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어 촬영지를 꾸준히 관리해 국내 및 해외 관람객들도 찾을 수 있는 관광 명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방문한 구리시 아천동의 ‘고구려대장간마을’. 이곳에서는 관광객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 직원 한 명만이 오지 않는 방문객들을 기다리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1994년부터 아차산에서 출토된 고구려 유물을 전시하고 당시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고구려 체험학습장 겸 촬영장이다. 영화 ‘안시성’을 비롯한 드라마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사임당 빛의 일기’, ‘환혼’ 등 다수의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는 다르게 관리는 전혀 되지 않고 있는 듯했다. 목재로 지어진 전시관 곳곳에는 부러진 자재가 방치돼 있고, 건물 외벽은 전부 해져서 세트 제작에 쓰인 우레탄폼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화구 등 시설물 안에는 건물에서 떨어진 나뭇조각과 버려진 목재 등이 들어있어 족히 수개월은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 ‘고구려의 기상’을 강조하는 구리시의 특화 관광지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날 양주 장흥면에 위치한 일영역(폐역) 역시 마찬가지.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세계적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입소문 났지만, 관리가 되고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보 관련 안내문은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임을 알리는 A3용지 크기의 표지판이 전부였다.
정작 양주시 공식 블로그에는 일영역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지만 현장 인근에는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조차 없어 관광객들의 불편이 우려될 정도였다. 이런 이유들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주변 상가들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잔뜩 내걸려 있을 뿐이었다.
일영역 기찻길에서 기념촬영을 하던 이모씨(27)는 “BTS 팬이라 인근에 놀러 왔다가 한 번 와봤는데 굳이 시간 내서 찾아올 만한 장소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의 ‘전원일기 마을’ 역시 사람들에게 잊혀진 모습이었다. 한때는 마을 이름이 삼하리에서 전원일기 마을로 바뀔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과거의 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종합안내도에 적힌 전화번호와 홈페이지는 연결 불가 상태였고 전시관 주변은 거미줄이 가득하고 발이 파묻힐 정도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59)는 “최근 유튜브에서 전원일기를 보고 옛 생각에 방문했는데, 관리가 안돼 볼 수 있는 것도 없다”며 방문한 지 5분도 안돼 자리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재도약을 꿈꾸면서 새단장을 준비하는 촬영지도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아이유 앨범 사진 촬영지로 조명 받았던 구둔역(양평군 지평면)의 경우 줄어드는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근 보강공사에 들어갔다.
이수진 경기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영상 미디어에 노출된 촬영지는 관광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며 “이곳들의 관리가 미흡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지역 이미지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진·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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