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원 구성을 하지 못했던 경기도의회가 원 구성과 추경예산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 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였던 도의회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김용진 경제부지사 임용 강행으로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더욱이 김용진 경제부지사 ‘술잔 투척’ 논란으로 도의회 파행 수습은 물건너 가는듯 했다. 김동연 지사는 발빠르게 염태영 전 수원특례시장을 경제부지사로 내정했다. 이어 강성천 전 중기벤처기업부 차관을 경기도 도정자문회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렇게 빨리 경제부지사를 내정할지 몰랐던 국민의힘은 다소 당황해했다. 국민의힘도 이를 두고 일방적으로 비난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상공인의 민생과 직결돼 있는 예산이 걸려 있는 추경 심의를 볼모로 자리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먼저 머리를 숙인건 김동연 지사였다. 김 지사는 “인사권자로서 도민께 사과한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염태영 경제부지사 내정자도 양당 대표를 만났다. 도와 도의회 간 정상화를 위한 행보였다. 염 내정자는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용인3)을 포함한 수석대표단과 만나 “가장 먼저 할 일이 도의회를 개원하고 관계를 원활하게 가동시키는 것”이라며 “앞으로 전개되는 일에 대해 최대한 존중과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염 내정자는 국민의힘 대표의원실에서 곽미숙 대표(고양6)를 만났다. 염 내정자는 “이번에 곤혹스러움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 지사님께서 사과의 뜻을 밝히시고 저도 송구스러움을 좀 면하려 한다”고 했다. 이후 곽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의장·부의장 선출 등 원 구성을 위한 임시회를 오는 9일 개회하자는 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의 요청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측은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이던 의장 선출과 관련해 전반기는 도의회 회의 규칙대로 투표하고, 후반기는 전반기에 맡지 못한 당에서 맡기로 잠정 합의했다. 다만, 후반기의 경우 ‘78 대 78’로 여야 동수인 의석수가 변동이 없을 경우를 전제로 했다. 의석수에 변동이 생기면 전반기처럼 투표로 선출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투표가 진행되면 국민의힘 김규창 의원(67·여주2)이 연장자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후보 간 득표 수가 동수일 경우 연장자가 당선되는데 민주당 염종현 의원(61·부천1)보다 김 의원이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원 구성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국민의힘은 △양당 대표와 도지사의 회동 △여야정협의체에 도지사 직접 참여 △경제부지사와 행정부지사 업무 분장 재조정 등을 김 지사에게 요구하고 있다. 또 업무를 분장한 경제부지사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선 이미 의결된 관련 조례를 폐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40여일 만에 제대로 의회 문을 열어 보자고 합의했다. 이번 원포인트 임시회를 통해 ‘민생 최우선’의 정치 행보를 보이길 김동연지사를 비롯한 국민의힘과 민주당 156명의 의원에게 촉구한다.
최원재 정치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