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정부와 방역 당국이 난처한 처지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주 내내 매일 1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위중증 환자와 신규 입원환자도 늘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감염성이 더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번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사망률을 최저로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정부는 감염이 줄어드는 추세를 타고 또 전 정부의 ‘K-방역’ 기조를 바꿔 ‘자율방역’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방역을 생활화하는 기조는 필요했고 권장할 만했다. 보호막을 치는 방역은 이제 소임을 다한 듯했고 ‘위드코로나’니 ‘엔데믹’이니 앞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어느 정도 제어될 거라는 낭만적인 상황 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국정철학을 방역 정책에서도 구현하고자 했음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자율방역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K-방역의 규제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듯이 이제 자율방역의 불간섭주의가 추궁되고 있다. 작금의 감염병 재확산은 물론 자율방역으로의 전환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자율방역의 기조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응하는 필수 불가결한 역량과 시스템을 전제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자율방역은 K-방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기조로 구성됐어야 했다. 불가피했더라도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방역, 백신 및 치료제의 적시 제공이 가능하고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공공 의료체계의 미비, 상호 불신을 낳게 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결과를 치유하는 안목의 부재, 지원금 산정과 지출을 둘러싼 미숙함, 당국자들의 노란색 제복에서 엿보이는 우리 행정의 전통적인 위기대응 표상 등은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라도 자율방역의 이름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K-방역의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키우는 길은 주문하는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예부터 국가에 대한 기대와 의존성이 강한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서 이를 위한 지원을 거두고 줄이는 것은 자율방역을 단지 예산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게 만들 뿐이고 개인의 자율과 책임이 성장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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