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지구별의 이웃은 79억명쯤 된다. 이 79억명이 마치 같은 여객선에 실려가듯이 같은 시간대를 흘러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79억명은 100년쯤 시간이 흐르면 모두 이 지구별을 떠날 것이고 우리가 살았던 같은 공간에서 우리의 후세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구별은 우리 인간들이 순연하면서 살아가는 시간여행지다.
이 지구별이란 여객선에는 누구나 무료로 승선한다. 그리고 여객선에 비치된 모든 것들은 무료로 주어진 것이고 다만 하선할 때 원래 주어진 모습 그대로 놓고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지구별을 구성하고 있는 하늘, 별, 바람, 숲, 바다와 꽃들.... 그리고 함께 살아갈 이웃들까지도 다 무료로 주어진 것이다.
즉, 이 지구별은 우리들이 무료로 맘껏 사용하다가 궁극에는 다음 여행자에게 물려줘야 하는 빌려쓰는 ‘전세별’이다.
빌려쓰는 물건에는 나의 소유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극히 미미한 시간 동안 빌려서 사용하는 이 지구별에서의 소유가 마치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 안타까운 착각이다.
현대의 과학은 우주의 나이가 138억살이고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살이라 한다. 지구별의 시간과 비교하면 찰나인 약 100년이란 시간을 나는 이 지구별에 살다가 돌아가는 것이다.
‘죽음’을 명쾌하게 정리하면 삶이 명쾌해지듯이 이러한 찰나의 삶, 빌려쓰는 지구별의 숙명을 명쾌하게 이해하면 삶의 태도 또한 명쾌해진다. 이처럼 찰나의 기적같은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지구별을 함께 빌려쓰는 나와 같은 시간대의 여행객들 역시 귀한 이웃인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다가 돌려줘야 하는 이 별은 대대손손 빌려쓰는 전세별이기에 이 지구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어느 개인의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웃들이 함께 향유할 대상인 것이고 그러기에 향유하는 자가 곧 주인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소유가 아닌 향유의 대상임을 분명히 정리하고 부질없는 작은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남상민 아티스트·㈔한국문화재디지털보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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