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지하철 ‘문자 민원’ 안내 태부족, 신고 번호 어디에… 범죄 피해자 두번 운다

노선도 구석 부근에 작게 표시
승객 “글자 작아 식별 어려워...위급 상황 시 전혀 도움 안돼”
서울교통公 “홍보 방향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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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지하철 4호선 객차 내 모습. 출입문 위 노선도 구석에 문자 민원 신고를 알리는 번호가 표시돼 있지만 크기가 작고 배치가 일정하지 않는 등 미비한 모습이 보였다. 박병규기자

수도권 지하철 내 범죄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문자 민원 신고 안내 서비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오전 10시께 경기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1호선 수원역, 4호선 평촌역, 수인분당선 죽전역 등에서 본보 취재진이 지하철에 탑승해 문자 민원 신고 안내 번호를 찾았다. 번호는 객차 내 노선도 구석 부근에 표시돼 있었는데 대부분 3cm 크기로 번호 식별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 마저도 열차 한 칸당 벽면에 부착돼 있는 노선도에 다 표시돼 있지 않는 등 안내가 일정치 않았다.

수인분당선 도시철도의 경우 한 칸당 총 4개의 노선도 중 2곳에만 문자 민원 신고 번호가 적시돼 있었다.

1호선은 8개 노선도에 모두 표시돼 있거나 절반인 4개만 표시된 사례도 있었고 4호선은 8개 노선도 가운데 절반 노선도에만 신고 번호가 안내되고 있었다.

지하철 내 범죄 및 비상 상황 발생 시 객실 내 비상 인터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성추행 등 현장에서 범죄 피해를 겪는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눈치챌 수 없도록 도움을 요청할 때 문자 신고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부실한 안내 시스템 상황에서 시민 대다수는 문자 민원 신고 번호를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정역에서 만난 송정아씨(28)는 “문자를 통한 신고 서비스를 들어보지도 못했고 지금 확인해보니 한눈에 번호를 식별하기엔 너무 글자체가 작아 위급 상황 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거 같다”고 불안해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선도와 인터넷 등에 번호가 게재돼 있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알릴 방법을 논의해 보겠다”라고 밝혔고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자체 어플을 통해서도 신고가 가능하지만 시민들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만큼 홍보 방향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5년간 경기지역 지하철 내 성범죄는 691건, 절도 293건, 폭력 272건 발생했다.

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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