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친족상도례, 범죄라도 가족이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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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최근 인기연예인 박수홍씨가 소속사 대표였던 친형과 법적 분쟁을 벌이며 여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30년 가까이 매니지먼트를 맡아온 친형이 수익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법인카드를 개인생활비로 무단사용하고 각종 세금 및 비용을 박수홍씨에게 부담시키는 등 약 1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분쟁의 큰 줄기이다.

당장은 양측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라, 섣불리 결과를 단정해선 안 되겠지만, 여론은 “가족이라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식의 응원글이 대세로, “형제끼리 형사고소까지 하는 건 너무하다”는 식의 클리셰같은 반응은 그리 많지 많다.

그런데, 이번 법적 분쟁을 다루는 언론보도마다 ‘친족상도례’라는 낯선 법률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형법 제328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가족, 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발생한 절도와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도록 하는 한편, 이외의 친족 간에 벌어진 이 같은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 친고죄로 하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가족이면 처벌할 수 없다’ 한줄로 요약가능한 친족상도례는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로마법이 그 근원으로, 대가족 형태로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삼았던 우리 전통사회에서 가족 내 문제는 가족의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일종의 치외법권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핵가족 사회가 보편화되고, 가족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해선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보편화된 지금,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친족상도례가 아직도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특히 돈 앞에서는 혈육간 정조차 무력해지는 현실은 너무 아프다.

노부모의 재산을 제 것처럼 탕진하는 자녀들, 정신적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며 뒤로는 돈 빼돌리기에 여념이 있는 친척들, 심지어 이혼소송이 제기되자 상대방의 패물을 몰래 가져가버리는 배우자까지는 생각보다 나쁜 혈육이 많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경제적 학대 가해자의 77.5%(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의 19%(2019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가 피해자의 친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법은 한 시대의 ‘상식’을 반영하는 교본이다. 70년 전 농경사회에서나 통했을법한 ‘친족상도례’가 21세기인 지금, 누구가의 면죄부로 악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 ‘친족상도례’를 수술대에 올려야 할 때가 왔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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