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슈] 비싼 돈 주고 원정 화장... 저승길도 ‘차별 대우’

장사시설 도내 4곳 모두 남부에...북부 주민 강원·충청까지 원정
수년 전부터 건립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 부딪혀... 설득 최우선

경기북부 주민들은 “망자는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다”며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

경기북부지역은 망자들을 화장할 광역장사시설이 한 곳도 없어 경기남부 지역이나 강원도, 충청도까지 원정 화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4~5일장을 치러야 하는 상황도 경기북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24일 경기북부지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와 화장률이 높아지면서 화장장을 찾는 수요는 많아지고 있으나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화장장을 찾아 최고 10배 비싼 가격에 원정화장을 떠나고 있다.

이마저도 포화상태로 화장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 경기북부지역 주민을 위한 광역 화장장 설치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화장통계에 따르면 2020년 경기도의 사망자 6만2천794명 중 5만8천142명이 화장해 화장률이 92.4%에 이르는 등 화장은 이미 보편화됐다.

화장률은 2019년 91.4%(사망 6만568명, 화장 5만5천360명)에서 92.6%(6만2천794명, 5만8천142명)로 1.2%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부산 95.2%, 경남 94.2%, 울산 94.6%, 인천 94.3%에 이어 4번째로 전국 평균 89.9%보다도 높다.

하지만 화장장 등 장사시설은 수원연화장을 비롯해 용인 평온의숲, 성남 영생관리사업소, 화성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등 4곳 모두 경기남부지역에 몰려 있다. 반면 경기북부지역은 전무해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한 해 경기북부지역 2만여 화장 수요자들은 경기남부지역이나 인근 강원도 인제, 춘천 또는 멀게는 충남 홍성까지 원정화장을 떠나고 있다.

이에 연천, 동두천, 포천, 양주, 가평 등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10여년 전부터 광역화장장 설치를 추진했으나 예정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일부 지자체 시장들이 광역장사시설 설치를 공약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실제 주민 반대를 극복하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화장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 설득이 우선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 북부 A시 관계자는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을이 선정되면 반대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화장장 건립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주민들의 불편이 더 커지기 때문에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광역화장장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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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 발목잡힌 장사시설, 화장장 찾아 낯선 외지 ‘전전’... ‘고인’ 마지막 길 ‘고행길’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포천 등 경기북부지역 인구는 각종 개발사업이 활발해지면서 7월 현재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증가 추세로 보이고 있어 더 늦기 전에 경기북부에 광역화장장 건립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화장률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 화장장을 찾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정작 경기북부 주민들은 지역 내에 화장장이 없어 비싼 비용을 부담하며 원정화장을 하고 있다.

■ 비싼 이용료에 ‘원정 화장’

한해 사망자 수를 보면 의정부시(인구 46만3천370여명)는 2천504명(월평균 208명)이 사망하고 있고 양주시(인구 23만5천490여명)는 1천454명(월평균 121명), 인구 9만3천여명의 동두천시는 909명(월평균 75명)이 사망하고 있다.

인구 14만8천290여명의 포천시는 연간 1천200여명(월평균 100명)이 사망하고 있고 인구 5만명에 못미치는 연천군은 540명(월평균 45명)이 사망하는 등 경기북부지역의 사망자는 연간 6천610여명(월평균 550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유족들은 가까운 파주에 서울 승화원이 있지만 서울시 소유로 지자체 간 협약으로 고양·파주 시민만 10만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을 뿐 나머지 북부지역 주민들은 외지인으로 취급 받아 10배에 이르는 100만원을 내고 이용하는 실정이다.

서울 승화원을 예약하지 못할 경우 경기남부 지역 화장장이나 강원도 지역 화장장을 이용해야 하고, 화장장이 포화상태여서 제때 화장장을 구하지 못할 경우 멀리 충청도까지 원정 화장을 하거나 어쩔 수 없이 순서를 기다리며 4~5일장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세태의 변화로 화장으로 장사 지내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화장장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화장통계에서 보듯 경기도의 화장비율은 2019년 91.4%에서 2020년 92.6%로 1.2%p 높아지는 등 이미 화장은 보편화 되고 있다. 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화장장 시설은 수요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내에서 화장장시설을 갖춘 곳은 수원연화장(화장로 10기), 용인 평온의숲(화장로 11기), 성남 영생관리사업소(화장로 10기), 화성 함백산 메모리얼파크(화장로 13기) 등 4곳으로 경기남부지역에 몰려 있고 경기북부지역은 한 곳도 없다.

■ 광역화장장 계획 무산 또 무산

화장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북부 지역 일부 지자체들이 광역화장장 설치를 추진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동두천시는 2004년 당시 최용수 시장이 정부의 화장시설 장려 유도에 부응해 광역장사시설 추진에 나서 광암동, 하봉암동 일대를 예정지로 선정했으나 막대한 국비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발로 백지화했다.

연천군은 2010년 최신 공법을 적용한 화장장을 내서워 장탄1리를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이 역시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뒤 2012년에도 화장장과 봉안당 등을 갖춘 경기북부 첫 광역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했으나 후보예정지로 선정된 청산면 주민들이 반대해 계획을 접었다.

양주시는 2018년 민간업체가 천보산 일대에 36만5천917㎡ 규모의 경기동북부 공동장사시설 설치를 추진했으나 역시 주민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최근 2020년 포천시, 남양주시, 가평군이 공동형 광역장사시설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광역장사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주민반대에 부딪혔고 3차에 걸친 추가 공모에도 신청지역이 없다. 게다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이들 지역 시장들 모두 낙선해 추진동력마저 떨어진 상태다.

현재 경기북부지역에서 광역화장장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은 시장이 화장장 설치를 공약한 양주시 외에 거의 없는 상태다.

가평군을 주축으로 포천시·남양주시가 공동참여한 가평 광역화장장 유치사업은 주민 반발로 무산된 뒤 3차 유치신청 공모까지 진행했으나 신청지역이 없어 포기 단계에 놓였다.

군 복지정책과 장사시설팀 관계자는 “당장 재추진할 계획은 없지만 그렇다고 화장장 사업을 백지화한 것은 아니다”며 “향후 여건이 성숙되고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개선되면 다시 화장장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주시는 강수현 양주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광역장사시설 설치를 공약해 이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계획은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양주시 단독으로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사업 추진방향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는 사실상 지역 내 화장장을 설치할 마땅한 부지가 없어 자체 화장장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인근 지역에서 광역 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하면 적극적으로 공동참여할 계획이다.

의정부시는 가평군, 포천·남양주시가 공동추진한 광역화장장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연천군은 지역 내에 광역화장장을 설치할 계획은 아직 없는 단계이며 경기북부지역에 광역장사시설이 추진된다 해도 현 단계에서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주시도 자체 광역장사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인근 지역에서 추진할 경우 적극적으로 공동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파격 혜택 등 내세워 주민설득 나서야

경기북부지역 내에 광역장사시설이 설립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뽀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주민들은 화장장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며 공설 화장장 설치를 호소하면서도 막상 지자체가 화장장을 추진하고 나서 유치신청을 받거나 조사에 들어가면 자기 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주민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광역 화장장 설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자체들도 광역화장장의 설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주민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이해하고 협력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북부 지자체의 노인복지 담당 관계자들은 “화장장 시설은 지자체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3~4개 지자체가 공동참여하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라며 “그동안 북부지역은 역차별에 시달려온 만큼 보상 차원에서라도 광역 장사시설 설치 지원을 위한 정책적 배려와 함께 국·도비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포천=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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