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고사 위기’ 학교체육, 교육감이 답할 때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일이다. 수원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경기도대표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한 이재정 전 교육감과 함께 차를 마시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체육건강과 장학진들이 오랜 취재현장 경험을 살려 교육감께 학교체육과 관련된 좋은 말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학교체육 발전을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석했다. 그 자리에서 이 교육감은 자신이 취임한 후 경기도교육청의 청렴도가 전국 하위권 수준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체육 지도자들의 문제로 돌렸다.

또한 자신이 학교 운동부의 합숙소를 폐지한 것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선·후배간 체벌·구타 등 여러 악행이 빚어지고 있어 과감히 각급 학교의 합숙소 폐지를 지시했노라고 무용담 처럼 늘어놓았다. 체육과 관련된 두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 동석한 것을 후회했다. 마음속으로 “이런 편협된 사고를 가진 사람과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 성향의 이 전 교육감은 2014년부터 8년간 민선 3·4기 교육감을 역임하며 혁신교육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학교체육 역시 혁신의 명분 아래 많은 정책 변화가 있었다. 학생선수의 최저학력제 강화와 합숙소 폐지, 지도자들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 등이다. 이 전 교육감은 학교운동부 육성을 축소시키는 대안으로 G스포츠클럽을 도입하고 이를 자신의 재임 중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 전 교육감의 체육정책 중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과 체육 현장의 폭력근절 등 일부는 동의한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않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 추진으로 인해 최근 6년간 250여개 학교 운동부의 해체와 매년 수백명의 학생선수들이 보다 나은 운동여건을 찾아 경기도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전문체육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1981년 인천광역시와 분리 후 교육계와 체육계가 쌓아올린 경기체육의 ‘아성’이 붕괴 직전에 있다.

이에 학생선수를 둔 부모와 도내 체육인들의 분노는 쌓여만 갔고, 그 반사이익을 얻은 사람은 현 민선 5기 임태희 교육감이다. 정치적 성향과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일반 공직 선거와는 달리 정당 후보 추천제가 아닌 교육감 선거에 대다수 체육인들이 임 교육감을 지지한 것이다. 학교체육 정책 변화를 바라는 체육계의 간절함이 몰표로 이어졌다. 지난 교육감 시절의 체육정책이 잘못 이뤄졌다는 판단에서다.

대다수 사람들이 인정하는 잘못된 정책은 폐기돼야 마땅하고 새로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임 교육감이 취임한 지 50여일이 지났다. 앞선 인수위 시절까지 포함한다면 두 달이 넘은 셈이다. 전임 교육감의 여러 정책에 대한 손질과 새로운 경기교육의 비전을 담아야 하는 큰 그림을 그리기에 분주할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감을 통해 학교체육의 정책 변화로 제2의 김연아·손흥민을 꿈꾸는 학생선수와 학부모, 경기체육의 근간을 바로 세우기를 갈망하는 많은 체육인들의 염원을 담은 과제물을 이제는 조금씩 내놓을 때가 된 듯싶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