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필자는 두 개의 흐뭇한 장면을 목격했다. 2일에는 인천 월미도 횟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함께 모여 수도권 매립지 문제를 놓고 만났다. 3일에는 아시아교육협회(ECA)가 주관하고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HTHT 2022 교사 써밋’에 서울(조희연), 경기(임태희), 대구(강은희), 부산(하윤수), 충남(김지철), 전남(김대중)교육감이 함께 자리를 해서 미래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물음에 답하는 행사가 열렸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의 정치적인 성향과 정책적 지향점이 사뭇 다르게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수도권 매립지 문제’와 ‘미래교육’이라는 문제를 두고 함께 자리를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알든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었든 내 머릿속에 자리한 이들의 성품은 ‘온화’하다. 정치적으로 보면 투쟁성이 없어 선명함이 덜 하다는 단점도 있다. 어쩌면 대중적 인기도 측면에서 좋은 덕목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번 만남은 오랜만에 편안함을 준다.
우리사회는 편을 두 개로 쪼개는 갈라치기 정치에 길들여져 왔다. 취임한지 갓 100일이 지난 대통령을 향해 벌써 퇴진운동을 주장하는 무리가 등장한다. 보수 유튜버들의 주장은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항상 옳다’라고 주장한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들춰내며 많은 이슈들을 토해낸다. 그들 주장이 사실에 가까워지면 영웅적 행동은 미화되고 팬덤을 양산한다. 반대로 거짓에 가까워지면 새로운 이슈로 거짓을 덮어버린다.
갈라치기란 바둑의 포석 단계에서 변의 상대방 세력권의 중간을 가르는 전략적 행위를 말한다. 우리 사회에 갈라치기 명수들이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그들의 정치적 지향점은 모르겠다. 아마 정치적인 것 보다는 금전적인 측면에 히든 어젠다가 더 커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가르는 행위를 한다. 시끄러운 소수(vocal minority)가 여론을 주도하고 정치적 담론의 해답을 강요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윗, 인스타, 릴스, 짤 등 뉴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그들의 주장을 확대하고 재생산한다. 대중들은 열광하며 어느덧 이 게임에 몰입해 버린다. 갈라치기는 환경오염과 같이 다수에게 불편을 양산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갈라치는 흥미를 유발하지만 협치는 시시하다. 협치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과 관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평가하는 운영 방식과 체계를 말한다. 의미부터가 딱딱하고 진부하다. 그래서 협치는 대부분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분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여섯 분의 교육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사회의 거대 담론인 환경문제와 교육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준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우리사회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조훈 서정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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