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근로복지공단에 구상의무가 있는 제3자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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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득 변호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며, 재해 예방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한 사업을 시행해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설치돼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다. 그런데 만일 당해 업무상 재해가 제3자의 행위로 발생했다면, 근로복지공단은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근로자가 제3자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만일 동료 근로자(B)가 의도적으로 가해행위를 해 근로자(A)가 피해를 입은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사안도 구체적 사정에 따라 업무상 재해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이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A에게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A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은 동료 근로자(B)에게 구상할 수 있을까? 즉 동료 근로자가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할까?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 법원은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가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에는 동료 근로자가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동료근로자(B)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 사건의 상고심을 진행한 대법원(2022년 8월 19일 선고 2021다263748 판결)은 원심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파기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이 근거로 제시한 논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란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서 재해 근로자에 대해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한다.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가해행위는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다. 따라서 그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해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를 고의로 일으킨 동료 근로자(B)는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른 제3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B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박승득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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