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다 짓고 적합성 승인 후 임의로 시설 없애거나 변경...통행구역에 ‘볼라드’ 설치도 도내 300곳 사후 점검 결과 5년간 평균 훼손율 37% 달해... 道 “인력 한계, 내년 점검 계획”
13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세류동의 한 건물의 통행로. 건물 출입문까지 이어지는 통행로 중간엔 가로·세로 길이 손 한 뼘이 조금 넘는 하수구가 나있었다. 지난 2020년 준공 당시 이 건물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하수구 구멍을 촘촘하게 막은 덮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 적합성 승인을 받은 후 덮개를 제거한 것. 배수 등의 이유로 덮개를 제거할 경우 하수구에 휠체어 바퀴가 빠지지 않을 정도인 약 2cm 크기의 하수구 뚜껑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 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군포시 당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장애인 통행로엔 1~2m 간격으로 13개의 보행장애물(볼라드)가 설치돼 있어 장애인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또한 광명시 소하동의 지상 7층 높이의 건물 주차장엔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표지판이 부착돼 있지 않았다. 이들 시설 역시 지난 2020년 준공 시 적합성 승인을 받은 후 시설을 변경한 것이다.
도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훼손된 채 방치되는 등 관리가 미흡해 장애인들의 이용하기 불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준공당시 시설에 대한 적합성 승인 후 비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시설을 개조하는 등 시설주가 임의로 시설을 훼손 및 변경하고 있어 제대로 된 감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경기도와 경기도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에 따르면 도내 장애인 편의시설은 음식점, 판매시설, 10세대 이상 연립주택 등 공중이용시설 대부분이다. 이들 시설은 준공절차에서 보건복지부 위탁을 받은 경기도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의 승인 후 시설이 마련될 수 있다.
센터는 ‘경기도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사전·사후점검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준공 1~2년된 도내 시설 약 300곳을 대상으로 사후 점검에 나서고 있다. 최근 5개년 편의시설 사후점검 결과를 보면 훼손 시설은 2016년 137곳, 2017년 141곳, 2018년 107곳, 2020년 67곳, 2021년 110곳으로 점검시설 1천518곳 중 562곳(37%)이 훼손됐다.
센터는 사후점검 후 관리 감독 주체인 경기도와 지자체에 시정요구를 하지만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시설 관리의 주체인 시설주가 편의 등의 이유로 시정을 하지 않아서다.
경기도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 관계자는 “매년 시설을 점검하고 도와 지자체에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면서도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시설을 변경하는 것은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훼손하는 것이다. 점검과 함께 시공사, 건축주, 시설관리자에 대한 편의시설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센터에서 훼손된 곳을 점검하면 각 지자체로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며 “올해 점검된 시설 목록이 내달 전달되면 현장 확인과 함께 지자체에 시정요구를 할 계획이다. 다만, 점검해야 할 시설은 늘어나지만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정확한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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