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겨울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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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관제 파주문화원장

갑자기 찾아온 동장군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대문을 나서니 건넛집 마당 감나무의 까치밥이 눈에 와 박힌다. 나뭇잎을 모두 떨군 나뭇가지에 발갛게 물든 감 서너 개가 덩그러니 남아있는 까닭이다. 잘 익은 감들을 따내고, 새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까치밥은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오래된 풍속이다.

색색이 물든 단풍과 이제 막 나무를 떠나는 잎새를 보면서 자연의 지혜를 되새긴다.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은 내일을 위한 치밀한 준비다. 봄이 돌아올 때까지 살아내기 위해 수분을 내보내고 영양분의 소비를 막기 위한 노력, 줄기를 메마르게 하고 깊은 잠을 통해서만 춥고 메마른 겨울을 견딜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보는 이를 눈부시게 하는 오색찬란한 단풍은 치열한 삶의 과정 중에 잠시 반짝이는 윤슬 같은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나무의 겨울나기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시의(時宜)에 따라 적게 쓰고 아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 지구적인 경제위기와 환경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미래를 위한 일들에 가치를 둬야 한다. 조금 불편해도 우리의 후대들에게 희망을 남겨 두기 위해, 가치 있는 미래를 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려는 범지구적 노력에 우리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과 국가, 지구촌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2022년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오래된 고난에서는 다소 벗어났다지만 겨울독감의 등장과 코로나 재유행 우려라는 걱정은 여전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문명의 이기적인 배설물들로 인해 지구의 미래는 암울하고 희망의 별은 밝지 못하다. 지구 북반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참혹한 전쟁은 밝은 대낮에 너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서 매우 괴이하고 공포스럽다.

뉴스를 통해 매일같이, 수북이 전해지는 비이성적인 현실에 부끄러움이 가득해진다. 어른이라는 사실 하나로도 미안한 일이다. 바른 삶의 태도와 공동체의 번영을 위한 헌신과 봉사라는 오래된 가르침을 잊은 까닭이다. 가르침을 전하는 과정, 곧 교육을 외면한 까닭이다.

겨울을 견뎌내는 자연의 가르침 속에서, 고난 속에서도 계속될 오늘을 살아내는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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