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웹툰 등을 총칭하는 개념인 K콘텐츠는 갈수록 위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K콘텐츠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는 높은 화제성과 작품성을 앞세워 글로벌 문화시장을 달구고 있다.
K콘텐츠의 놀라운 성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중예술 시장인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중예술 콘텐츠 관련 각종 시상식에서 입증된다. 가깝게는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했고, 영화 ‘기생충’은 앞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BTS와 블랙핑크 등 아이돌이 이끄는 K팝의 위상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남미로 확산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쯤 되면 K콘텐츠는 남부러울 것 없는, 흠 잡을 데 없는 순항 그 자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곳곳에서 목도된다. K콘텐츠 한쪽에서는 영화와 드라마 등의 성공을 등에 업고 감독과 작가 등 창작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소속 감독과 작가들이 최근 국회에 모여 저작권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K콘텐츠의 그늘을 시사한다. 콘텐츠 창작자들은 ‘영화 제작자들이 저작권을 취득하면 특약이 없는 한 그 저작권은 제작자들이 양도받은 것으로 본다’는 현행 저작권법 100조 1항 규정을 따진다. 이 조항에 따라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릴 때에도 창작자인 황동혁 감독은 추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K콘텐츠 저작권이 창작자가 아니라 제작사에 넘어가도록 돼 있는 현행 조항이 창작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적합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달리 K콘텐츠 다른 한쪽에서는 팩트 왜곡 논란이 심상치 않다. 국내에서 1천2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전 세계 132개국에 선판매된 영화 ‘범죄도시2’가 베트남에서 상영 금지됐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을 강력범죄 무법지대처럼 묘사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최근엔 tvN 드라마로 인기를 모으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소개됐던 ‘작은아씨들’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전격적으로 퇴출됐다.
K콘텐츠의 흥행 속에 숨어 있는 이러한 논란이 함의하는 바는 적지 않다. 작금의 K콘텐츠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산업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국가의 경쟁력이기도 한 문화예술산업을 하나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파악한다면, K콘텐츠가 수익성 추구에 올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이 있다. 특히 다른 나라 역사와 관련한 콘텐츠의 팩트 왜곡은, 그것의 허구적 상황과 관계없이 K콘텐츠 전반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 K콘텐츠의 빛과 그늘을 면밀히 살펴야 할 때가 왔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