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마저 언론 통해 확인 ‘황당’... 원룸촌 인근 “극도의 불안감” 호소 정 시장 “일방 통보, 거주 거부” 표명... 수원대 총학 등과 법무부 항의 방문
출소한 ‘수원 발발이’ 박병화, 화성行
연쇄 성폭행범인 ‘수원발발이’ 박병화(39)가 31일 출소 후 주거지를 화성시 봉담읍으로 정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화성시 봉담읍 수기리의 한 원룸촌. 20명씩 조를 이룬 100여명의 경찰이 박병화가 사는 원룸과 골목길을 둘러싸고 차량을 통제하자 일대가 곧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박병화가 이곳에 사는 줄 몰랐던 주민들은 창문으로 창밖 상황을 주시하다가 밖으로 뛰쳐나와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박병화의 주거지는 수원대학교 후문과 불과 120m 떨어진 곳으로, 인근 골목 골목마다 자리한 원룸만 20여개에 달하는 1인 가구 밀집촌이다. 박병화가 머무는 원룸은 4~5평의 크기로 월세는 30만~35만원 정도다. 박병화의 모친은 지난 28일 이 원룸을 계약했고, 집 주인인 80대 할머니는 박병화의 입주를 전혀 모르다가 이날 언론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거 박병화의 주 범행 타깃이던 20대 여성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수원대학교 1학년 학생인 이예지씨(21·여)와 전효진씨(20·여)는 수업을 듣기 위해 골목길을 오르다 ‘연쇄 성폭행범이 이곳에 거주하는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씨는 “여기 근처에 친구들도 살고 있는데 걱정”이라며 “친구들에게도 조심하라고 빨리 전해줘야겠다”며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1학년 조수연씨(20·여) 역시 “학교 때문에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너무 불안하다”며 “후문 길목에 가로등도 많이 없고 그마저도 꺼져 있는 경우가 많아 무섭다”고 불안에 떨었다.
이곳에서 일곱 살 딸을 키우고 있는 주민 김보현씨(32·여)는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데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지나다녀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전자발찌를 차면 무슨 소용이냐. 여긴 대학가 근처 원룸 거리인데 재범을 저지르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분노했다.
박병화가 화성시 봉담으로 주거지를 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정명근 화성시장은 이날 오전 봉담읍사무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박병화의 화성 거주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국회의원,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과 함께 박병화의 거주지를 찾았다. 박병화의 주거지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 모습에 정 시장은 “매일 이렇게 경찰이 동원돼 범죄자를 지키고 있을 것이냐”며 분노했다. 정 시장은 “법무부는 28일 박병화 모친이 집을 계약한 사실을 알았으며 출소 날 오전 6시30분께 입주한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7시39분에 화성시에 통보만 했으며 사전에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화성시에 이주조치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분을 숨기고 화성으로 온 박병화를 화성시민의 안전을 위해 강제 퇴거 조치할 예정이며 졸속행정을 보이고 있는 법무부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명근 시장과 수원대 교직원 및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3시께 법무부를 항의 방문했으며 화성시는 입주 계약서의 위반 사항을 검토 중이다.
김은진·김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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