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출구 안 보이는… ‘지상진입 금지’ 아파트 택배 갈등

관리소 “주차장 높이 변경 등 이동 편의 제공”
택배기사 “빠른 배송 위해 해제를” 평행선
1층 입구 방치, 분실 우려… 입주민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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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수원특례시 매교역푸르지오SK뷰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택배상자들이 쌓여있다. 이곳은 아파트와 택배사 간 갈등으로 택배물품이 지하주차장까지만 배송돼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김시범기자

수원 매교역푸르지오SK뷰

“택배가 도착하면 지하주차장으로 마중을 나가야 되는 상황입니다. 분실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건 덤입니다”

5일 오전 수원 매교역푸르지오SK뷰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입구.

주차장과 아파트로 이어진 통로 입구 옆 택배 보관함 앞엔 택배상자 10여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7월 이곳에 입주한 김진성씨(43·가명)는 지하 1층 입구에 방치돼 있는 택배 상자들을 보며 혀를 찼다. 임씨는 “택배기사들이 지하 1층 입구에 택배를 두고 그냥 간다”며 “물건을 찾으러 항상 지하 1층으로 내려와야 한다. 다른 입주민들은 배송시킨 물건을 잃어버린 적도 있다고 해 내 물건이 분실되지 않을까 불안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입주민 임씨(38·여)는 “들고 올라가기 무거운 쌀이나 과일, 생물은 상할까봐 시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며 “입주 전 ‘지상에 택배차량이 다니지 않는 안전한 아파트’라고 해서 이곳으로 이사왔는데 지상에 택배차량이 못 들어 온다고 택배를 아무렇게나 두고 간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역정을 냈다.

수원 매교역푸르지오SK뷰 아파트 지상에 택배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입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7월29일 입주를 시작, 총 3천603세대 중 2천여세대가 입주한 이곳은 안전상의 이유로 10월9일부터 지상으로 택배차량 진입이 금지됐다. 앞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입주 날부터 지난 8일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이 같은 내용을 택배사에 전달했다. 이후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택배존을 마련했으며 주차장 높이를 2.7m로 변경해 차량이 자유롭게 오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택배기사들은 ‘택배차량이 지상에 진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택배를 동 입구에 내버려 두고 가는 실정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기 전이기에 김승찬 관리소장이 택배사와 논의 중이지만 명확한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 관리소장은 “주차장 높이 조절, 택배보관함 등 지하주차장을 통해 배달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며 “최대한 택배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택배를 주차장에 내버려 두고 가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택배기사들은 원활하고 빠른 배송을 위해 지상 진입 통제를 해제시켜 달라는 입장이다. 택배기사 2년차인 이시명씨(27)는 “다른 아파트도 현재 지상 택배를 하고 있다”며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입주민이다. 모두를 위해 지상 통제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시공사인 대우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 측은 “택배 사태와 관련해서 입주민들의 민원이 접수된 적이 없다”며 “입주민과 택배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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