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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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아무리 경제 사정이 어려워도 예비 창업자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담아 창업에 나서곤 한다. 자칭 창업전문가들은 손쉬운 창업을 강조하지만, 창업은 상당한 용기를 수반한다. 2021년 기준 창업기업 수는 142만개에 달한다. 창업기업 중 법인기업은 12만7천개며 나머지 129만개는 개인기업이다. 이 창업기업이 모두가 살아남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20년 기준 통계를 보면 창업기업 중 35% 정도는 1년 안에 사업을 접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창업 후 5년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계곡’은 창업기업에 피할 수 없는 난제임이 분명하다.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다 해도 또 다른 허들이 기다리고 있다. 규모에 대한 편견이다. 중소기업은 아무리 기술 및 제품이 우수하다 해도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는 지난 60년 동안 개발연대에 익숙한 제도와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여기에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흘러 중소기업으로 확산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낙수효과 기반의 성장전략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 잡게 됐다. 한국은 가장 잘 정비된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혹은 동반성장을 추진했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집권 초기에는 중소기업 문제 해결 의지가 고조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역대 정부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른바 ‘경제 3불 문제’로 귀결된다.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으로 상징되는 경제 3불 문제는 지난 60년 동안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 치부하기에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적지 않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 완화를 위한 경제 주체들의 새로운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대기업의 경제력이 경제적 약자에게 남용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바로잡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 못지않게 몸집이 커진 플랫폼 기업의 협업 의지도 중요해진다.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통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거래 관계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계속한다면 이를 규제하라는 사회적 압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더욱 커지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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