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시무식을 대신하는 현충탑 신년 참배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단풍마저 저물어 가는 계절을 맞이했다. 이 계절이 되면 매년 노성산에 드리운 국립이천호국원에서는 묘역을 따라 유엔참전국의 국기를 게양한다. 어릴 적 동네잔치에서 봐 왔던 만국기처럼 기분을 들뜨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립이천호국원의 또다른 풍경이 사뭇 멋들어져 보이기도 한다.
11월 가을에 이렇게 국립이천호국원에서 유엔참전국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매년 11월11일은 6·25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념하고 이들을 유엔참전국과 추모하기 위해 국제추모의 날로 정한 날이다.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의 무력도발로 시작된 6·25전쟁은 발발한 지 3일 만에 남한은 수도인 서울을 빼앗기고 불과 두 달여 만에 낙동강까지 후퇴할 정도로 전력이 열세였다. 그러나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북한의 남침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유엔결의문을 발표함에 따라 유엔군이 참전하게 되고 열세였던 6·25전쟁은 이후 전세가 바뀌었다. 그 뒤 우리가 38선을 탈환하고 압록강까지 북진하는 등 우세를 보였다가 이후 중공군의 참전으로 교착 상태가 반복되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체결함으로써 3년여 간의 전쟁은 휴전을 맞이하게 돼 현재까지 남북 분단의 상태가 이어져 오고 있다.
6·25전쟁으로 인해 우리 국군 62만여명과 유엔군 15만여명이 전사, 부상, 실종됐고 이재민은 1천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부산을 제외한 전 국토가 초토화됐으며 제조업이나 국가기반시설은 대부분 파괴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고 현재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문화강국이 돼 1950년대 약소국에서 세계인들인 인정하는 강국이 돼 있다. 이는 6·25전쟁 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국군과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난 11월11일 국제추모의 날을 맞이해 부산유엔기념공원에서 15개국의 유엔참전국과 후손이 참여한 가운데 추모식과 안장식이 거행됐다.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다시 한 번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후손들에게 소중한 유산을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역사를 잊지 않고 강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몇 년 전 영연방묘지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한 보훈은 더 강한 국가를 만들 거라는 확신이다. 다시 한 번 타국에서 희생한 유엔군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추모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본다.
김태훈 국립이천호국원 관리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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