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도시농업 천국’] 아파트 숲속 ‘힐링 텃밭’… 농사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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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곧텃밭나라’ 전경. 시흥시 제공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있는 고층 건물과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로 벼가 자라고 각종 엽채류 식물들이 파릇한 향기를 한껏 뽐내고 있다. 도시농업이라고 말하지만 마치 도심 속 농촌마을을 연상시킨다. 시흥 배곧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농업공원 ‘배곧텃밭나라’ 이야기다. 이곳에는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주말을 가리지 않고 농작물 재배에 땀을 흘리고 있다. 세대를 넘어 소통하고, 계층을 넘어 함께하며, 나눔의 실천까지 도시농부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도시농업 산업으로 진화

코로나19를 지나며 식물을 통해 위로를 얻는 ‘반려식물’이나 ‘홈가드닝’, ‘플렌테리어’ 등 원예에 정서가 가미된 개념의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시흥시는 지난 2011년부터 도시농업을 시작해 자연 친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취미, 여가, 체험학습 등 작물 재배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는 50개 단체와 개인을 포함해 3천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도시농업공원 텃밭 3개소를 포함해 일반 텃밭 80여개소, 주말농장 16개소, 도시농업공동체 58개소가 활동 중이다. 도시농업 관련 6개 단체 107명이 소속돼 있다.

■ 식물 기르며 힐링, 초보 농부들 모여라

시는 지난 2013년부터 아파트 텃밭 조성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34개 아파트에서 주민 스스로 자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왕동 보성아파트는 아파트 내 단풍나무, 느티나무에서 떨어지는 풍부한 낙엽을 재활용해 퇴비를 만들고 이듬해 봄 작물재배에 활용하는 생명순환텃밭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배되는 농작물과 수확물을 활용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생대회, 요리만들기 등 행사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주민 주도적인 새로운 아파트 텃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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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곶시민행복텃밭 어린이들 푸드뱅크 체험. 시흥시 제공

■ 시민이 만드는 배곧텃밭나라

배곧텃밭나라는 원형으로 조성된 광장을 중심으로 시민공동체텃밭, 어린이농부학교, 실버텃밭, 시범텃밭 등이 안쪽으로 배치돼 있다. 원형 광장의 외부에는 야생화, 초화류, 약초 군락, 튤립 군락지, 흑보리 군락지, 시민쉼터 등이 조성돼 있어 공원의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해마다 풍성한 농작물 수확과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민들은 공동체 텃밭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해마다 텃밭 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

■ 월곶시민행복텃밭 친환경 농업

월곶시민행복텃밭에는 모두 200여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월포초등학교, 월곶풍림아파트 노인정 등 공동으로 텃밭농사를 짓는 공간과 월곶동에서 연세가 가장 많은 어르신이 짓고 있는 텃밭 등 개인 참여자들이 텃밭을 가꾸는 곳도 있다. 비닐과 화학농약, 화학비료가 없는 3무 친환경농업과 시니어를 위한 무장애 텃밭이 특징이다. 상자 위에 텃밭이 설계돼 허리를 굽히기 힘든 어르신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경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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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줄도시농업공원 가을걷이 수확체험. 시흥시 제공

■ 함줄도시농업공원, 도시농업 허브 역할 ‘톡톡’

지난 2017년 함줄도시농업공원은 모습을 바꿨다. 보는 공원에서 가꾸고 나누는 공원으로 새단장하며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인생2막 도시농업교육, 시민대상 프로그램, 학교연계 창의 체험, 여름방학을 활용한 체험학습장, 도시농업 관련 일자리 창출,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체험활동을 위한 나비체험관, 치유정원텃밭, 수생연못, 소동물농장, 반딧불이 인공사육장 등 다양한 도시농업 활동 공간이 마련돼 있다. 특히 아이들의 관심이 높은 나비체험관이나 반딧불이 인공사육장은 어린이집 아이들의 현장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 도시농업, 이제 교육과 경제다

도시농업이 경계를 허물며 보다 다양한 생산성을 도출하고 있다. 특히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아이들의 환경교육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시흥시는 지난 2012년부터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텃밭교육을 시작했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생태계 순환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히 2020년부터는 관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코딩을 접목한 실내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직접 기르는 작물의 성장을 위해 미세먼지 제거 장치를 직접 만들며 효능감을 높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인터뷰 박경자 도시농업관리사 “안전한 먹거리·나눔·체험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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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도시농업관리사(60)는 배곧텃밭나라에서 시민정원사 단체가 운영하는 105명의 텃밭 참여자들에게 도시농업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삭막한 신도시 아파트 숲에서 텃밭이 이웃 주민들과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며 “안전한 먹거리와 나눔, 체험, 농업교육 등 도시민들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배곧텃밭나라에는 440명만 참여할 수 있지만 해마다 텃밭 추첨에 1천500여명이 몰린다. 도시농업관리사들은 쌈채류로 치커리 쑥갓 상추와 엽채류 시금치, 근대, 아욱, 김장 채소로 배추 무 파 등을 재배하고 봄철에는 오이, 호박, 토마토, 고추, 가지를, 구황작물로 감자, 고구마까지 없는 게 없다. 청소년 농부학교 행사를 통해 모내기, 연근 재배 등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참여하는 도시농부들을 위해 씨앗이나 모종 등도 공동구매해 나눠준다. 봄에는 팜파티를 열고 가을에는 김장체험 행사도 한다.

그는 “해마다 봄·가을로 각자 재배한 배추 몇 포기씩을 내어 푸드뱅크에 300여포기를 기부한다. 고추나 쌈채소류도 조금씩 뜯어서 내어 놓으면 푸드뱅크에서 가져다가 취약계층에 나눠 드린다”며 “각자 재배한 농작물을 조금씩 모아 함께 팜파티를 열고 비빔밥을 해먹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그는 시 조례로 만들어진 도시농업관리사 교육 90시간을 이수했다. 종자, 병충해 등 농사에 대한 이론과 실기 등 도시농업에 대한 기본교육을 마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수입이 따로 없다. 순수한 봉사로 도심 속 농부를 길러내고 있다.

박씨는 “시흥시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시에 재능을 환원하는 차원이다. 젊은 부부들에게 농사일을 가르치고 잘 키워내는 것을 보면 너무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낀다”며 “서로 작은 정을 나눌 때 더 큰 보람이 있다”고 했다.

시흥=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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