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소통과 불안의 사회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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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조위원장

2022년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막을 내렸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행정사무감사를 초조하게 지켜보면서도 도의원들의 사이다 발언에 환호했다. 지난해부터 그토록 호소했던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노조의 호소문은 눈물을 흘리게 했다. 멀미약을 먹어 가며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퇴사한 직원, 경상원이 수원에 있을 때 출산한 직원은 아기를 셔틀버스에 실어 양평까지 데리고 다녀야 하는지, 맞벌이를 하는데 혼자 아기를 양평으로 데리고 와서 남편과 떨어져 홀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직원 등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된 정책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기도의 경우 25대의 출퇴근 셔틀버스를 운영하면서 단 한 대의 셔틀버스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경상원의 요구에 대해 예산상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는 답변으로 분노하게 만들었다. 또 경기도일자리재단의 경우 오염 토양 정화를 위한 경기도 분담 비용 등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언제 어떻게 이전할지에 대한 막연함에 직원들의 불안함은 가중된다.

불소통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가장 불안한 직원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청년 세대들이다. 성실히 근무한 일터에서 정당한 존중을 받지 못하고, 마치 ‘퇴사할 수 있으면 퇴사하든지’ 하고 내뱉는 듯한 도의 싸늘한 태도에 애사심은커녕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

‘공감과 소통은 감히 원하지도 않으니, 이제는 경기도에서 앞으로의 일정 통보라도 제발 해주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자포자기한 애처로운 목소리도 듣는다. 처음부터 절차를 거쳐 경기도 지역균형발전 조례에 기본계획을 만들고, 노사정협의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경제성 조사를 통해 이전에 따른 효율성과 타당성을 입증했다면 이처럼 사회적 갈등 비용이 발생했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김동연 지사가 직접 공공기관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 갑작스러운 방침으로 수천명의 직원들은 삶의 터전에 대한 고민과 불안함을 품고 하루하루를 근무하고 있다. 지금 직원들에게 필요한 건 마음의 치유다. 김 지사는 최전방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새로운 지사의 따뜻하고 사람냄새 나는 소통과 정책으로 2023년 행정사무감사에는 공포·액션·스릴러가 아닌, 잔잔한 감동과 훈훈한 미담이 가득한 경기도정을 기대해 본다.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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