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의 의료 환경은 타 시군과 비교하면 대단히 열악하다. 경기도에는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이 총 72개가 있으나 가평군에는 전무하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도 자가용으로 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8개의 지방 의료원이 경기도에 있으나 경기 북부에는 의정부시, 파주시, 포천시 등 3개시에만 있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른 새벽 산책길에서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병원 가는 차 안에서 사망했고, 고열로 울고 보채는 아기를 안고 도착한 병원에서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할 뻔했다는 말을 들은 젊은 엄마의 얘기는 가평군에서는 흔한 사연이 되고 있다.
가평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어떤 고충을 겪고 있을까,
첫째, 고령층이 겪는 고충이 있다. 가평군은 초고령사회로 분류된 지역으로 노인과 홀몸노인의 비율이 타 시군에 비해 대단히 높으며 노화 속도 또한 빠른 곳이다. 긴박하고 긴급한 응급 상황에 수시로 노출돼 있는 계층이지만 관내에는 큰 병원이 없어 직접 구급차를 이용해 검진이나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둘째, 임신부들이 겪는 고충이 있다. 분만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가평군에는 산부인과나 분만실을 갖춘 병원이 없다. 가평군내에 거주 중인 임신부가 산통을 느끼고 분만을 위해 인근 분만실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50분이다. 이는 서울의 산모가 평균 3.1분 이내에 분만실까지 도달한다는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가평의 소아 및 청소년들이 겪는 고충이다. 가평에는 전문적으로 소아청소년과를 둔 병원이 없다. 소아와 일반 성인은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기전이 달라 발병하는 질병군에도 크게 차이가 난다. 소아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문 진료 기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일반 군민이 겪는 고충이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을 당한 중증외상환자나 뇌졸중, 심근경색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발생해도 응급실을 갖춘 대형병원을 찾아 타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 인근 도시로 이동하려다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아무래도 공익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다 보니 공공의료기관에 비해 인구가 많은 대도시나 소도시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불과하다. 이 적은 비중의 공공의료기관이 분포하는 곳은 수도권보다도 의료취약계층이 많은 강원도, 전라도 등이다.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경기도 의료원 가평군 유치를 약속한 것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민간의료기관을 가평군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지만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세워지는 공공의료기관이라면 반드시 가평군에 건립돼야 할 것이다.
6만4천 가평군민의 숙원 사업인 경기도의료원 가평 유치를 위해 모두가 발 벗고 나섰다.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 유치 민관추진단을 구성했고, 유관단체 간담회를 통해 주민 의견 수렴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7일부터는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 유치 범군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이 설립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발생, 국가 재난급 대형사고 시 다수의 환자를 맡아 치료할 수 있는 재난거점병원으로 활용된다면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가평군은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 유치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서태원 가평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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