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무용지물된 도내 PM 전용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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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점령 12일 오후 PM(개인형 이동장치) 수십대가 경기지역 한 대학교 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에 마구잡이로 세워져 있다. 조주현기자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야 하는데 주차장이 있으면 뭐합니까”

12일 오전 11시께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 인근. 3번 출구 앞을 따라 350m까지 전동킥보드 10여대가 인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쓰러져 있는 킥보드를 피해 길을 돌아가는 등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모습이었다. 출구 바로 앞엔 PM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킥보드 없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쓰러진 전동킥보드를 피하며 이동 중이던 정순주씨(53‧여)는 “역 근처엔 전동킥보드가 많은데 유동 인구 역시 많아 보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복잡하다”며 “전용 주차장이 있는데 왜 아무 데나 두고 가는지 모르겠다. 관리는 하긴 하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같은 날 오후 수원과 시흥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엔 전동 킥보드 3대가 놓여있었다. 인도가 좁은데 킥보드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어 시민들이 차도로 내려가 걷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곳 역시 단지 입구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PM 전용 주차장이 있었지만 거치대는 비어있었다.

시흥시 능곡동에서도 시민이 주차장이 아닌 보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에 소매 끝이 걸려 넘어질 뻔한 순간도 목격됐다.

PM(개인형 이동장치) 수가 급증하며 방치 문제가 함께 대두되자 경기도와 일부 지자체는 PM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PM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확대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와 지자체에 따르면 도내 전동킥보드 등 PM은 5만8천여대가 있으며 수원, 안양, 성남, 시흥 등 13개 지자체 약 350곳에 PM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이 같은 대책에도 전동킥보드가 마구잡이로 방치돼 있지만 지자체에선 처벌 규정이 없어 PM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도 행정처분 등을 내릴 수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 PM은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해당해 제32~34조 내용에 따라 주‧정차를 관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현장에서 이 조항을 일일이 적용하는 건 어렵다”며 “더군다나 과태료 부과 등 처벌에 관한 법령이 없어 실질적인 단속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전용 주차장 등 인프라 시설도 PM 수를 따라가지 못하며 전용주차시설 1곳당 약 165대(전용 주차장 평균 수용 대수 5~6대)의 PM을 수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PM은 새로운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특성에 걸맞은 새로운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역 근처 위주에 한정된 주차 공간을 다양하게 늘리는 등 주차 가능 공간을 확대해 이용자들이 올바른 주차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강준‧이다빈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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