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시흥 울브스’로 창단… 최하위 호된 신고식 1년 만에 해체… 가평군체육회와 손잡고 ‘재창단’ 진야곱 감독, 선수들 무한 책임감 새출발 이끌어 팀 똘똘뭉쳐 2023시즌 ‘가을야구 진출’ 부푼꿈
‘완생(完生)’을 꿈꾸는 ‘야구 미생(未生)’들이 모여 꾸려진 독립야구단 가평 웨일스.
가평 웨일스는 2021년 시흥 울브스로 창단돼 야심 차게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에 참가했으나 열악한 환경 속 17명에 불과했던 선수단에 부상자들이 발생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시즌 중 단장이 사퇴하며 위기에 몰렸다.
첫 시즌 성적은 11승3무27패, 승률 0.289로 최하위에 머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저조한 성적과 운영 방향 등의 이견으로 인해 창단 1년 만에 절체절명의 해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진야곱 감독(34)은 자신을 믿고 입단한 선수들을 위해 새로운 연고지를 찾았고, 이때 가평군체육회가 손을 내밀었다. ‘해체 후 재창단’ 형태로 지난해 1월 공식 MOU를 맺고 새롭게 출발했다.
진 감독은 “은퇴 후 스포츠 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지인의 제안으로 독립야구단 감독을 맡았다.
초기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고 원대한 꿈을 갖고 감독직을 맡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믿고 입단한 선수들을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사명감에 팀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흥 울브스 시절 감독, 코치, 단장 등 1인 다역을 해온 진 감독은 가평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다. 임광섭 타격 코치가 오면서 역할을 분담했고, 가평군체육회 사무국장이 단장을 맡으며 업무 분담이 이뤄지고 체계가 잡혔다.
더불어 군체육회에서 가평야구장과 웨이트트레이닝장, 차량·식사 등을 적극 지원해 주며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연고지 이전과 함께 17명이었던 선수가 22명으로 늘었고, SNS와 유튜브 채널 ‘패자부활전’을 운영해 팬들도 생겼다.
그 결과 2022시즌은 18승4무18패(5위)로 승률을 50%까지 끌어올렸다. 팀 에이스이자 경기도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외야수 이정재(24)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는 경사도 맞이했다.
진 감독은 “투수 출신 감독으로 야수들을 지도하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임 코치가 오시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라며 “선수들이 보다 많은 시간 훈련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재의 프로과 진출해 “(이)정재가 프로구단에 입단한 것이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정재는 2021년 7월 소집해제 후 입단했는데 몸이 안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인정할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고 결국 좋은 결실을 맺었다. 선수들이 그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돈을 받고 야구를 하는 프로 선수들과 달리 독립야구는 선수의 개인 회비로 팀을 운영한다. 가평 웨일스의 월 회비는 50만원으로 타 구단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20대 선수 대부분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회비를 충당하고 있다. 다행히 가평군체육회의 주선으로 인근 학교에 선수들을 시간 강사로 파견토록 도왔지만 이마저도 2022시즌 종료 후 현실의 벽에 막혀 10명의 선수가 팀을 떠났다.
김종남 가평 웨일스 단장은 “선수단의 고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올해 부터는 예산 중 일부가 출전 수당으로 지급될 예정이고, 가평 연고 ‘르봉뺑제빵소’를 후원사로 구했다. 이 밖에도 여러 기업들을 만나 후원사를 찾고 있다”며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일찍 야구를 포기하는 선수가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진 감독은 2023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 시즌은 경기 초반 부상자와 연고지 이전 등으로 흔들렸지만 후반기에는 패배보다 승리하는 경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 감독은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승리를 차곡차곡 쌓도록 하겠다.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3위 안에 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인터뷰] 투수 황채형, 남다른 새해 각오 “비선수 출신 프로 입단 역사 쓰겠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가평 웨일스에 입단했습니다. 프로 입단은 저의 오랜 꿈입니다.”
2024년 드래프트에서 비(非)선출 출신으로 프로에 입단하는 역사를 쓰겠다고 피력한 가평 웨일스 투수 황채형(24)은 2023년 자신의 능력 120%를 쏟아부어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황채형은 “작년 6월 입단했다. 미국 워싱턴대에 재학하다가 군 복무를 위해 귀국했고, 제대 후 어린시절 꿈인 야구에 마지막 열정을 쏟고 싶어 입단했다”며 “가평 웨일스를 선택한 이유는 진야곱 감독님의 존재가 크다.
같은 왼손 투수 출신이고 2017년까지 프로생활을 하신 감독님께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진취적인 팀의 비전도 제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휴식기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쌓은 동료들에 뒤처지지 않고자 훈련장 인근에 자취방을 구한 뒤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며 “감독님께서도 제 열정을 좋게 봐주셔서 비시즌에도 하루 2~3시간씩 1대1로 코칭을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채형은 “안정적인 피칭 자세와 유연성이 좋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구속은 130㎞ 초반으로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며 “짧은 경험에 비해 겁이 없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시즌에는 중반에 입단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2023 시즌은 많은 출전 기회를 얻어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고 피력했다.
황채형은 “팀 내 유일한 비선수 출신이지만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감독님께서도 선수 출신과 달리 나쁜 습관이 없어 오히려 지도하기에 좋다고 하셨다.
훌륭한 감독님 아래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다”며 “나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꿈꿔온 일이다. 올해 안에 성과를 내겠다.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게 다그치고 있다. 후회 없는 1년을 보내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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