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천여곳 중 설치율 26.5% 불과... 비상시 구조요청 못해 불안 가중 道 “예산 확보해 추가 설치할 것”
“누구나 드나드는 공중화장실에 안심 비상벨이 없으면 갑자기 생기는 범죄에 속수무책 아닌가요”
10일 오전 9시30분께 화성시 봉담읍의 화성시립봉담도서관 화장실. 화장실 입구엔 범죄로부터 안전하다는 듯 ‘여성안심화장실’ 표식과 함께 불법촬영을 경고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화장실 내 범죄 등 비상상황을 빠르게 알릴 수 있는 안심 비상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서관에 자주 온다는 여대생 전지수씨(22)는 “공중화장실은 위험하다고 생각돼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여성안심화장실이라고 해놓고 비상벨도 없으면 비상상황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말뿐인 여성안심화장실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한 건물. 편의점, 병원, 약국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불특정 다수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이지만 건물 내 9곳 화장실 어디에도 안심 비상벨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특히 1·2층 화장실은 왼편에서 진행 중인 공사 탓에 밝은 대낮임에도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기도내 공중화장실 10곳 중 7곳 이상은 범죄 예방을 위한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과 ‘경기도청 직원 불법촬영 사건’ 등 공중화장실에서의 각종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 비상벨 확대 설치가 시급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기준 최근 3년간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2019년 4천529건, 2020년 3천852건, 지난해 3천154건 등 해마다 평균 3천800여건에 달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안심 비상벨은 이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시설의 관리자 또는 주소지 관할 경찰관서에 즉시 호출을 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장치다.
하지만 도내 공중화장실 10곳 중 7곳 이상은 안심 비상벨이 없는 범죄 사각지대다. 도내 공중화장실 1만1천316곳 중 안심 비상벨이 설치된 화장실은 3천2곳으로 26.5%에 그친다.
올해 7월 시행을 앞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지자체의 비상벨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법률 개정안 시행 전까지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지자체의 선택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순차적으로 비상벨을 설치하고 있어 없는 곳이 있을 수 있다”며 “올해 안에 관련 예산을 확보해 수요조사를 진행해 추가적으로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 역시 “각 지자체에 안심 비상벨의 중요성을 알리고 예산 등을 지원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비상벨을 설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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