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왕 버스 ‘난폭운전’에 매달 교통불편 민원 잇따라 지자체 “제재 방법은 없어… 지속적인 지도 단속 나설 것”
“사람이 타고 내리는 것도 안 보고 문을 닫아버린다니까요.”
13일 오전 경기일보 취재진이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곡반정동차고지 방면의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탑승 하자마자 버스는 급하게 출발했고,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급정거와 급출발을 이어갔다.
한 정류장에서는 접이식 수레를 들고 버스에 오르는 50대 여성이 카드를 찍기도 전에 출발해 이 여성이 순간 균형을 잃는 등 위태로운 모습이 연출됐다. 그 다음 교차로에서는 무리한 우회전을 시도하다 직진하던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더욱이 해당 버스 기사는 앞 차량이 차선변경을 하거나 낮은 속도로 주행할 경우 경적을 계속 울리는 등 기자가 버스에 탑승한 15분여 동안 10번 넘게 경적을 울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이후 탑승한 다른 버스는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제한 속도 30㎞ 구간에서도 시속 50㎞가 훌쩍 넘는 속도로 주행하다 단속 카메라를 맞닥뜨리고서야 속도를 낮췄다.
같은 날 의왕시에서 탑승한 버스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연출됐다. 탑승객들이 버스에 올라타거나 내리기만 하면 바로 출발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주행 중에 이동하지 말라’고 적힌 안내 문구가 무색해 보였다.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일어서서 내릴 준비를 하던 이옥란씨(59·여)는 “늦게 내리면 버스가 그냥 갈 때도 있고, 내리고 나서도 버스가 금방 출발하니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주요 이동 수단인 버스의 난폭운전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날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교통불편신고 게시판을 확인한 결과, 매달 난폭운전과 불친절 등 1천여건가량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300건이 넘는 불편사항들이 접수됐다. 대부분 급정거와 급출발, 과속, 미정차 운행, 욕설, 주행 중 통화 등이었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민원에 대해선 각 운송사에서 맡아 해결하고 있다. 조합에선 안전이나 친절 교육을 독려하는 역할 정도만 하고 있다”며 “행정처분 등 제재 조치는 지자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자체도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호위반 등 도로교통법 위반 사항이 아닌 경우 별도의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지속적인 지도 단속에 나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도내 시내버스 관련 사고(버스 운전자가 가해자인 사고)는 1천121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들로 15명이 사망하고 1천649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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