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와 아울러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로 유례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선 8기 새로운 경기도 집행부의 출범으로 건설업계는 많은 기대감을 가졌다. 지난 집행부와는 다르게 김동연 도지사는 도내 건설단체장들을 직접 만나 의견수렴을 통해 업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간 건설업계는 도 집행부의 건설업에 대한 편향된 부정적 인식과 각종 건설산업을 옥죄는 정책들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았다. 대표적인 정책이 100억원 미만 소규모 공공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확대 정책과 소위 먼지털이식 사전단속제도다. 사전단속제도는 집행부의 건설업계 의견수렴과 도의회의 의지로 업계 현실을 반영한 조례가 마련돼 어느 정도 해소됐고 이와 관련된 입찰보증금 귀속 조치는 행정안전부의 금지 규정 마련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입찰보증금은 공공 계약에 참가하는 건설업체의 입찰 결과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의미로 입찰자로부터 징수하는 물적 담보의 개념이다. 이에 따라 계약법령은 낙찰자가 계약 체결을 하지 않은 경우 해당 입찰보증금을 발주청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지만 도는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중 사전 단속으로 처분이 확정된 업체에 대해 10%의 입찰보증금을 징벌적으로 징구했다.
경기도의 해당 정책은 현행 계약법령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이미 행안부 역시 도의 귀속 조치는 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또 동 정책은 경기도의회의 행정감사와 감사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경기도는 ‘관련 법령상 위법사항이 없다’며 고집했던 정책이다.
새로운 집행부 출범 이후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김동연 지사는 입찰보증금 귀속 문제는 관련 법령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실무진의 적극적인 개선 검토를 지시했다. 우리 업계는 김 지사의 의지로 해당 정책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아쉽지만 과정이야 어떻든 행안부의 금지 규정 마련으로 입찰보증금 귀속 정책은 중단됐다.
2020년부터 시작된 해당 정책으로 도는 120여개 건설업체로부터 30억원이 넘는 입찰보증금을 귀속 조치했다. 우리 업계는 이번 행안부의 관련 규정 마련으로 응당 이미 납부된 입찰보증금의 환급과 현재 부과가 진행 중인 입찰보증금 부과 절차 철회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적극 행정은 없었고 최소한의 ‘결자해지’의 의지를 볼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최근 협회는 경기도에 입찰보증금을 납부한 업체의 환급 및 납부 대상자에 대한 부과 철회를 건의했다. 경기도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환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본인들의 부당 행정행위 결과물의 판단을 법원에 넘긴 것이다. 이는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발한 전 도지사의 법 만능주의와 다를 바 없으며 행정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지사의 새로운 경기도의 모토가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이다. 등록기준 미달로 처분이 확정되면 영업정지와 함께 10%의 입찰보증금을 강탈당한다. 문제가 된 건설사는 영세한 중소건설사가 대부분이다. 등록기준을 일시적으로 못 갖췄다는 이유로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리는 경기도에서 과연 기회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도는 전향적으로 입찰보증금 귀속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히 이미 납부된 보증금의 환급과 현재 진행 중인 보증금 귀속 절차의 철회를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게 행정의 변화이고 지역 중소건설사에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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