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노후계획도시의 새로운 도약

image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과거 어느 아파트 광고 카피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100만호’로 대표 되는 1기 신도시 건설은 서민들에게 좋은 집에서,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만들어 줬다.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도시에 대해 1989년 4월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근교 5개의 1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1992년 말 입주를 완료해 총 117만명이 거주하는 29만2천가구의 대단위 주거타운이 탄생했다.

 

그 후 30여년이 흘렀다. 그 당시에 주목 받던 1기 신도시는 이제 노후한 아파트가 됐다.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의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노후한 아파트 개발을 위해 최근 정부에서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필자는 정부가 발표한 해당 특별법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을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이주대책 부분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노후계획도시의 범위다. ‘택지개발촉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택지 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을 그 범위로 하고 있다. 통상적인 시설물 노후도 기준인 30년이 아닌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기준을 설정한 것은 도시가 노후화되기 이전에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높이 평가된다.

 

둘째, 질서 있고 체계적인 정비를 위해 국토교통부 수립 가이드라인인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방침과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세부적인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계획의 근거를 명확히 했다. 기본방침은 기본계획의 가이드라인이며 기본계획은 특정 노후계획도시를 대상으로 시장·군수가 수립하는 행정계획으로 기본방침과 같이 10년 주기로 수립하며 5년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셋째, 시장·군수 등 지정권자가 기본계획에 따라 도시 재창조를 위한 사업이 이뤄지는 구역으로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건폐율 등 도시·건축 규제와 안전진단 규제 등이 완화 적용되는 등 특별법에서 정하는 각종 지원 및 특례사항이 부여되도록 한 것은 지방화시대에 잘 맞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넷째, 특별정비구역은 도시기능 향상, 도시 재창조, 이주대책 실행 등 공익적 목적을 가지는 사업들이 함께 진행되는 구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종 특례와 지원사항을 부여하도록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도시기능 강화를 위한 통합 개발을 유도하는 한편 주민 생활 안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면제 또는 완화해 적용하도록 한 것은 주민들을 위한 행정으로 평가된다.

 

해당 특별정비구역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주대책이 원활해야 한다. 이번 특별법에서는 사업시행자 몫이었던 이주대책수립의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 그간의 불안한 이주대책 문제에 청신호로 해석된다.

 

이제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속도감 있게 추진돼 집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 받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