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간소음 참극 뜯어보니… 불법 ‘방 쪼개기’ 시공 [끊이지 않는 벽간소음.下]

경계벽 방음 성능 규정 미비 지적... 원룸 쪼개 임대사업도 주요 원인
지자체 “시공 기준 충족 확인중”... 업계, 벽간소음 문제 예방 역부족
전문가 “제도 마련·단속 강화 필요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최근 벽간소음이 살인까지 번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이 경계벽 소음 차단 규정 부실과 이른바 ‘방 쪼개기’ 등 무차별적인 원룸 임대사업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벽간소음을 유발하는 경계벽의 경우 방음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만큼 제도 마련이 필요한데다 일선 시군의 단속 강화를 통해 방 쪼개기와 같은 불법건축물 양성을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주택건설기준규정)상 바닥구조는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210㎜ 이상이고 층간바닥의 충격음이 49dB 이하여야 하는 등 두께와 방음성능 기준에 대한 규정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경계벽은 벽의 자재와 두께, 차음성능의 기준이 존재하나 바닥구조와 달리 이 중 하나만 해당하면 된다.

 

더욱이 바닥구조는 시공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사전에 검사하는 사전인증제도와 시공 후에도 기준에 충족하는지 검사하는 사후확인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경계벽은 관련 제도가 미비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지방자치단체는 건축물 준공 허가 전 현장점검으로 시공 기준이 충족됐는지 확인하고 있으나 경계벽의 경우 사전인증제도 등 미비한 관련 제도로 두께 및 자재 등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시공 기준 역시 방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와 함께 쪼개기 원룸도 벽간소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방 쪼개기는 건축주 등이 준공 허가를 받고 주택 내 가벽을 설치해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가구보다 더 많은 가구가 살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불법이다. 더 많은 가구 거주에 따른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주택건설기준규정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한 다가구주택은 건축물대장상 한 층 당 한 가구로만 돼 있다. 그러나 건물 외벽 누전차단기는 십 수개에 달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다가구주택 역시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가구 수보다 많은 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옆방에서 들리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 알람을 확인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경계벽은 시공 단계에서부터 부실시공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을 뿐더러 법이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해도 벽간소음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방 쪼개기에 대해선 “외벽에 설치된 누전차단기 건축물대장과 비교하면 현장에서 불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24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벽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던 20대 남성이 40대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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