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공중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고?..."그냥 참고 말죠" [현장, 그곳&]

인천 공중화장실 ‘불편한 남녀공용’... 어린이공원 등 56곳 달해
이용 불편하고 범죄 취약... 市 “리모델링 등 대책 검토”

인천 연수구 청학동 시대어린이공원의 남녀공용 공중화장실 내부. 황남건기자

 

“볼일 보고 있는데 남자가 들어오면 불편하잖아요. 그냥 참고 말죠.”

 

1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예술어린이공원의 공중화장실. 남녀공용인 이 화장실 앞에서 심예송씨(33·가명)가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본 뒤 내부로 들어가려다 문을 열고 나오는 남성과 마주쳐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다시 들어가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본 심씨는 결국 이용을 포기했다.

 

심씨는 “남성용 소변기가 여성화장실칸에 가까이 붙어있고 화장실 이용 모습이 외부에서도 보이는 구조”라며 “입구에 잠금장치도 없고 불도 꺼져 컴컴해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날 인천 연수구 청학동 시대어린이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김원우씨(24·가명)도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으나 여성 칸에 인기척을 느끼고 되돌아 나왔다. 김씨는 “화장실 안에 다른 여성이 있으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이용이 꺼려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인천지역에 여전히 50여개가 넘는 남녀공용 화장실이 남아 있어 이용객들의 불편은 물론 범죄 발생 가능성도 제기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의 공중화장실 중 남녀공용은 우체국 12곳, 공원 6곳, 지구대·파출소 2곳 등 총 5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는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인천지역의 남녀공용 화장실들 대부분이 법률을 개정한 2006년 이전에 만들어져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660㎡ 이상의 공중화장실에만 해당, 규모가 작은 공중화장실은 예외다.

 

지난 2020년 10월5일께 서구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선 한 50대 남성이 카메라를 설치한 뒤 여성 2명을 불법으로 촬영하다 붙잡혔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 교수는 “남녀공용 화장실은 성범죄에 취약하다”며 “남녀 칸을 분리하거나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통해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는 등 불편 해소를 위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