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현대시장 화재... ‘삶의 터전’ 한순간에 잿더미 [현장, 그곳&]

점포 212곳 중 55곳 소실 ‘망연자실’... 1년 6차례 점검에도 큰 피해 못 막고
스프링클러·소화전 작동하지 않아... “그동안 형식적 안전점검 그쳐” 분통
“방화는 보상 어려워” 상인들 허탈... 市 “TF 꾸려 피해 지원 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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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현대시장 방화범 도주 모습. 허종식의원실 제공

 

“소방점검도 소용없고, 스프링클러와 소화전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5일 오전 8시께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지난 4일 자정께 발생한 화재로 점포 212곳 중 55곳이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재와 엿가락처럼 늘어난 기둥으로 변했다. 주말을 맞아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이곳은 화마가 지나간 자리의 검은 재만 남았다. 화재 소식에 새벽부터 모여든 상인들 표정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피곤함이 역력하다. 상인들은 검은 재로 변한 생필품과 제품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상인 대부분은 인천시와  동구, 중부소방서 등에서 1년에 6번의 화재 안전점검을 하면서도 이 같은 큰 피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다. 일부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등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그 동안의 안전점검이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곳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황수여씨(77)는 “통로가 좁아 바깥에서 호스를 가져와 불을 껐다”며 “가게로 불이 번질까 봐 밤새 뜬 눈으로 지새웠다”고 했다. 이어 “불이 나면 큰일 날 곳이었는데, 여태 방치하다가 이 꼴이 난 것이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인 염창석씨(65)는 “스프링클러랑 소화기가 있어도 한순간에 아케이드에 불이 붙어 소용 없었다”며 “하루 아침에 25년 동안 일군 삶터가 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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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인천 동구 현대시장의 한 상인이 참담한 표정으로 전날 오후 11시 38분께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탄 가게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대응 2단계'를 발령하며 오전 2시 23분께 완전히 불을 끈 소방당국은 시장 내 점포 212곳 중 55곳이 불에 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 현대시장은 지난해 6번에 걸쳐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화재가 발생하면 큰 불로 퍼지는 아케이드 속 인화성 물질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현대시장 아케이드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과 ‘폴리카보네이트(PC)’ 등 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46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과천 방음터널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과 같은 ‘인화성 물질’로 분류된다. 당시 현대시장은 비상유도등과 일부 구간의 소방차 진입로 확보에 대한 계도만 받았다. 

 

특히 상인들은 소방차 화재 진압 시 일부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20여분 동안 불이 번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내놨다. 

 

이날 한 상인은 “소방차 물이 떨어져서 소화전을 사용해야 했는데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서 20분 동안 불이 번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상인들은 한 순간 재로 변한 삶의 터전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4년 동안 슈퍼를 운영한 문경훈씨(50)는 “냉장고가 녹아내리고, 물품이 전부 타서 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액은 100만원 뿐이라는 소리에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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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인천 동구 현대시장의 한 켠의 지붕이 전날 오후 11시 38분께 발생한 화재로 뼈대만 남아 있다. 이날 '대응 2단계'를 발령하며 오전 2시 23분께 완전히 불을 끈 소방당국은 시장 내 점포 212곳 중 55곳이 불에 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이들 상인 대부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에 가입했으나 방화에 의한 피해 보상액은 100만원이 전부이다. 문씨는 “가게 안에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아서 새벽에 3시간 동안 같이 불을 꺼야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호우현씨(75)는 “42년 동안 여기서 채소를 팔면서 아들 2명을 키우고, 손자까지 키우고 있는데 이곳이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며 주저 앉기도 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은 ‘매장의 과실'로 불이 나면 피해를 입은 다른 매장에게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방화로 인한 화재의 경우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기현 현대시장상인회장은 “공단측에 문의 했을 때 화재 원인이 방화라 지급이 어렵다고 답변을 받았다”며 “인천시와 정부에서 하루 빨리 보상금 관련 답을 주고, 임시 판매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동구 현대시장 화재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상인들의 화재 피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인천지역의 전통시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이 같은 화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천지역 전통시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지난 2018년 4건, 2019년 3건, 2021년 11건에서 지난해에는 16건으로 증가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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