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수백 마리 굶겨 죽인 B씨 “처벌 받을 것…억울한 부분도 있어” 고요한 마을에서 빚어진 최악의 동물학대 현장엔 사체·쓰레기 가득
“가끔 개 짖는 소리가 났지만 10마리 미만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개들이 죽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6일 오전 11시30분께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 한 주택의 마당. 개 수백마리 사체가 백골 상태로 발견된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59)는 끔찍한 모습에 눈을 제대로 뜨질 못했다.
쓰레기장과 고물상을 연상케 하는 마당 초입에는 진입금지를 알리는 폴리스라인(Police line)이 설치돼 있었다. 주택 내부는 참혹했고, 개들이 묶여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쇠사슬 목줄 수십개가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다.
쓰레기로 보이는 물건들도 곳곳에 적치돼 있었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개 사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개들의 사체를 넣는데 쓰인 것으로 보이는 김장통과 개 우리 등도 여러개 발견됐다. 사체를 담은 봉투 등 각종 폐기물도 가득 쌓여 있는 등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피의자인 60대 남성 B씨는 “개가 병들자 주인이 버렸다. 먹고 살기 위해 늙고 병든 개를 만원씩 받고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개들을) 굶어죽게 한 부분에 대해선 어제 경찰조서를 받았다. 잘못에 대한 처벌은 마땅히 받겠지만 일부 유튜버들에 의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 억울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인근 주민들은 B씨가 10여년 전 용문면으로 이사와 고물을 수집하며 가족 없이 홀로 생활해 왔다고 전했다.
2~3년 전부터는 단수‧단전으로 인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식수를 해결할 만큼 생활이 어려웠다고도 했다.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양평군과 양평경찰서는 이날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개 사체 처리와 쓰레기 처리문제 등을 협의했다.
회의 결과, 처리작업은 양평군이 맡고 사법적인 문제는 경찰이 담당키로 했다. 또 전문업체에 의뢰해 정확한 사인과 사체 수도 확인하기로 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개 수백 마리를 굶겨 죽게 하고 사체를 방치한 건 동물학대(동물보호법 위반)다. 주인이 쓰레기 처리를 군에게 위임하겠다고 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개 사체와 쓰레기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잃어버린 자신의 개를 찾아 현장을 발견한 주민이 지난 4일 동물권단체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양평경찰서는 B씨를 동물학대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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