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수원매교동-서흥여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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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매교동에 있는 서흥 여인숙이다. 여관보다 한 단계 낮은 게 여인숙이었다. 모텔이나 호텔보다도 그야말로 여행자가 피곤한 짐을 풀고 하룻밤 묵어 가는 순수 숙소의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술만 판다면 옛날의 주막과 비슷한 영역 같은. ‘월세방 있음’ ‘특실완비’라는 간판과 알림 스티커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습이 사뭇 정겹다. 40년 전 교동으로 처음 이주했을 때부터 봐 왔던 것 같다.

 

행랑채 안쪽으로 들어가니 하회마을이나 무섬의 고택에서나 볼 수 있는 ㅁ자형 구조의 방이 다닥다닥 마주하고 있었다. 이곳의 특실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의외로 방은 남아 있지 않다고 했는데 주로 중국인 노동자들이 월세살이를 하기 때문이었다. 방문 앞에 신발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이 서정적인 풍경을 오늘은 수강생 한이수씨가 그렸다.

 

정면 구도로 회화적이면서도 어반스케치적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그녀는 미대를 가지는 못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받아 왔다고 한다. 필력과 색채 운용이 보통이 아니다. 늦지 않은 발걸음은 그녀가 즐겁고 행복하게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그 옛날 청춘의 색을, 하얀 도화지 위에 한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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