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부동산 이중매매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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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행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갑은 을에게 갑 소유의 부동산을 매매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을로부터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그 후 병이 을보다 더 높은 가격에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겠다고 하자, 갑은 병과 해당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병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줬다. 갑의 위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까?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355조 제2항).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대법원(2018년 5월 17일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해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즉,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만 지급 받은 상태에서는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면서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으나, 중도금을 지급 받은 상태에서는 계약 이행의 착수가 있기 때문에, 계약의 양 당사자는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따라서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위 사안의 매수인 을은 계약금 및 중도금을 지급해 매매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상태이므로, 갑의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는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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