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관리비 장기 미납가구는 불시에 단전과 단수를 할 예정입니다'
24일 오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중 1곳인 이 아파트는 곳곳에 전세사기 피해를 알리는 전단과 펼침막이 걸려있다. 붉은색 글씨로 적힌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라는 문구와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대책위 안내문도 함께다. 1층 우편함에는 수도요금 미납을 알리는 고지서도 함께 놓여있다.
이곳은 이날 오전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40대 A씨가 살던 곳이다. 아파트 엘레베이터에는 관리비 연체 현황이 붙어있다.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400만원 상당의 관리비 연체를 한 가구들이다. 엘레베이터 안에는 적막함 속에 좌절감이 함께 묻어나온다.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주민 B씨(38)는 "초반에는 20가구가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했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힘이 빠진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이어 B씨는 "같은 아파트에서 이런일이 벌어져 착잡한 마음"이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로 또 한 명이 숨졌다. 인천에서만 3개월 동안 4번째 사망자다.
24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6분께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직장 동료로부터 “회사도 나오지 않고, 전화기도 꺼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의 유서를 발견했지만, 유서 안에는 전세사기와 관련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를 통해 A씨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A씨는 경찰에 전세사기 피해 신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전세사기 피해자인 것은 확인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들을 위한 구원책이 아니어서 더욱 낙담해 이런 일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 같다”며 “지금 우리들은 자기 삶이 없다. 전세사기 지원대책이 제대로 마련되기 전까지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것 같아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줄곧 요구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라며 "전세사기로 막다른 골목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또 빚을 내라는 특별법은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막아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한편 지난 4월17일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여성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4월14일 20대 남성, 그리고 지난 2월28일 30대 남성 등 이미 3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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