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보행자’로 분류되지만...통행 방해물 탓에 차도로 내몰려 전문가 “안전운행 환경 개선 시급”... 道 “교통약자 이동 편의 지속 점검”
“사고가 날까 봐 무섭지만, 인도가 좁아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5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 북수동 일대. 이곳 보행로는 상점들이 길가에 내놓은 간판들과 화분들로 성인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또 다른 상점 앞 인도에는 트럭 한 대가 주차돼 있어 전동스쿠터 이용자들의 통행이 불가능했다. 인도로 다니던 전동스쿠터 이용자가 길이 막혀 지나갈 수 없자,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리가 불편해 전동스쿠터를 이용하고 있는 김영진 할아버지(86)는 “인도 폭이 좁고 울퉁불퉁한 경우가 많아 차도를 이용한다”며 “지난 저녁에는 달리던 차와 부딪힐 뻔해 어두워지면 최대한 돌아다니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화성시 마도면의 인도도 상황이 비슷했다. 인도 끝부분이 끊겨 있어 바로 차도 구간으로 이어졌다. 인근에는 공사로 인해 인도가 파헤쳐졌고, 공사 구조물이 쌓여 있어 전동스쿠터 이용자들은 통행을 할 수 없었다.
노약자의 이동 수단인 전동스쿠터 이용자들이 인도 환경이 열악해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전동스쿠터에 대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면서 보행자도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어르신용 전동스쿠터 구입 지원 건수는 최근 5년간(2018~2022년 8월) 3만3천317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고령인구가 늘면서 이용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 등 전동보장구는 보행자로 분류돼 인도로만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도내 대부분의 인도는 각종 적치물과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인해 통행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인도가 끊겨 있는 곳도 많아 불가피하게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달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이용자의 73%가 교통사고 위험 상황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제한된 인도 환경으로 불가피하게 차도를 이용하면서 사고 위협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고 응답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노년학회 회장)는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거동이 힘든 경우가 많아 위험 상황에 맞닥뜨려도 빠른 대처를 할 수 없다”며 “인도에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인도를 새로 만들거나 정비할 때 전동스쿠터가 편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면을 설계해 진행하고 있다”며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현장점검을 나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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