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구두 닦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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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오르던 장미도 시들고 계절은 다시 여름으로 흐른다. 끊임없이 길을 찾는 담쟁이 넝쿨이 온 벽을 초록으로 휘감고 있다. 그 아래 가건물 하나가 있고 파란 의자와 꽃 한 접시가 놓인 원탁이 있다. 셔터가 내려진 건물 앞에 쪽지 한 장이 붙어 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 이틀만 영업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원시 매교동 한전 울타리 앞에 있는 구두닦이 회사다. 구두닦이 회사는 사장님만의 고유명사다. 이곳을 매일 지나며 참 여유로운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달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한전 공사 때문이지만 어차피 구두에서 운동화로 바뀌어 가는 신발문화의 흐름을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차료가 연 100만원이라는데 요즘 수입은 월 30만~4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1년을 꼬박 모아도 직장인 한 달 월급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45년 청춘을 건 생업을 내려놓기를 사장님은 무척 아쉬워하신다. 고향 친구는 창피해 못 만났지만 이곳에서 희로애락을 나누던 친구들은 잊을 수 없단다. 초창기엔 직원을 두 명이나 고용했다고 하는데 멀리 부산과 서울에서도 구두 참 예쁘게 닦았다고 지나는 길에 다시 들르는 단골들이 눈에 맺힌다고.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한 세월에 가치를 둔 사장님의 목소리가 채워질 수 없는 공허처럼 허전하다. -이 멋진 공간을 오늘은 수강생 한이수씨가 그렸다. 그녀의 필력이 초록빛 여름처럼 점점 짙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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