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예술후원 해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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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K-클래식’의 출발은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의 해외 유명 국제 콩쿠르 입상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간을 한참 되돌려보면 백건우(피아노·1967년 나움버그콩쿠르 우승), 정명훈(피아노·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 2위), 조수미(성악·1986년 이탈리아 베로나국제콩쿠르 우승) 등이 서막을 열었다. 이후 K-클래식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져 그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기 힘든 만큼 국제콩쿠르 입상 소식은 자주 들려온다.

 

특히 지난 10여년 사이의 성과는 놀랍다. 대중음악의 유명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 및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으로 클래식 스타 반열에 올랐고 지난해 반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18세)로 우승한 임윤찬도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달 초엔 바리톤 김태한이 세계 3대 국제음악 콩쿠르의 하나인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또 한 번 ‘클래식 강국’의 위용을 과시하게 됐다.

 

메이저 국제음악 콩쿠르에 유독 강세를 보이는 K-클래식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것도 주목도를 높인다. 오죽하면 지난해 벨기에 감독이 만든 ‘K-클래식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겠는가. 이 영화가 ‘클래식 강국’의 이유를 모두 설명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몇 가지 시사점은 던진다. 아티스트들이 개성을 표현하도록 장려하는 자유스러운 분위기, 후배들의 롤모델인 유명 연주자들의 활약, 국가의 집중 지원 등은 우리나라가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강할 수밖에 없는 동력으로 꼽는다. 반면 그늘에 대한 지적도 새겨야 한다. 1등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지나친 경쟁심리는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한창 배우고 연습에 매진해야 할 젊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인지도 급상승에 따른 광폭 연주활동이라는 ‘한 방’을 노려 국제음악 콩쿠르 우승에만 매달리거나 연주를 즐기면서 예술적 가치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의 클래식이 아닌 경쟁 논리에 매몰돼 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K-클래식이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빛에 가려진 그림자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해외 국제음악 콩쿠르를 준비하는 아티스트들의 목표가 클래식의 직업적 불안정성에 기인한다면 이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그 첫걸음은 신진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이고 가치적인 연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술 후원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지금도 기업을 중심으로 메세나(문화예술 분야 후원)가 전개되고 있으나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문화예술 선진국처럼 개인 후원 및 기부가 문화예술 분야에 보편화돼야 한다. 본격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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